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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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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쏘아보면 다 보인다…‘공군의 눈’ 우주작전대대를 아시나요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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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향한 공군의 눈’ 위성감시체계

돔형 지붕 열리면 대형망원경 등장

굉음내며 좌우 민첩하게 움직여

24시간 한반도 지나는 인공위성

정찰 등 식별… 사전위험 알려

레이저 쏴 영상 왜곡 없애고

확보한 정보 오산기지 전송

거대한 산줄기가 굽이굽이 흐르는 경북 북쪽의 어느 1200고지.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봉우리에서 거대하고 둥근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후 돔 형태의 지붕이 열리고,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향해 45도로 솟은 망원경이 돔과 함께 좌우로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망원경이 움직일 때마다 육중한 굉음이 울렸다. ‘우주를 향한 공군의 눈’이라 불리는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EOSS)가 그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2월 창설된 공군 우주작전대대가 관할하는 EOSS는 현재 전국 4곳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기자가 지난 6일 방문한 경북 북부의 한 공군 부대는 감시체계가 가동되는 곳 중 하나다. 민가도, 빛도 없는 깊고 험준한 산길을 차량으로 1시간쯤 오른 끝에 1200고지에 도착하자 우주작전대대 소속 정비반 요원들이 기자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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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의 한 공군 부대에 설치된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EOSS)의 망원경에서 레이저가 하늘로 발사되고 있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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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SS는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과 우주물체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루 24시간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은 80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한반도에서의 움직임을 엿보려는 군사정찰위성, 수명이 다해 추락할 위기에 직면한 위성 등이 뒤섞여 있다. 국가안보나 국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우주물체를 식별, 사전에 위험을 알리기 위한 정보 수집이 중요한 이유다. 24시간 가동을 보장하고자 대대 정비반 요원들이 매달 1회 센서와 방위각 측정장비 등을 정비한다. 평소에는 오산공군기지 내 작전사령부에서 원격 운영한다.

◆“한 치 오차 없이 한반도 위성 감시”

공군 우주작전대대가 운용하는 EOSS는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2014년 개발에 착수, 지난해 초 전력화한 지상 배치 우주 감시 시스템이다. 통제(원격조종) 체계와 탐색·식별(망원경 등)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탐색체계가 우주물체를 탐지해 궤도 정보를 통제·식별 체계로 보내면, 식별체계는 이를 추적해 그 결과를 통제체계로 보낸다. 통제체계로 들어온 정보는 내부에 저장된다. 서울 기준으로 반경 2000㎞, 고도 700㎞ 이하 저궤도 위성과 우주물체 움직임을 감시·분석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부대는 탐색·식별 체계를 함께 운용하는 곳으로 정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운용통제실과 대형 망원경으로 구성된 식별체계는 첨단기술이 대거 반영된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것이 레이저다. 하늘과 우주 사이 대기에는 바람이 불어 빛이 통과할 때 왜곡이 일어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망원경에 부착된 레이저를 하늘에 발사, 인공별을 만들어 대기 상태를 확인하고 왜곡된 영상 정보를 보정한다. 확보된 정보는 용량을 자동으로 다운시켜 오산기지로 자동 전송한다.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고해상도 원본 파일을 다시 전송하도록 한다. 정밀 관측을 위해 망원경 가동은 0.01초 단위로 미세하게 조작이 이뤄진다. 우주물체 탐색과 탐지를 담당하는 탐색체계는 전반적으로 유사한 구조다. 탐색 망원경은 넓은 지역을 촬영하므로 식별 망원경보다 해상도는 다소 낮다.

위성 감시 과정에서 날씨나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필수다. 빛 공해나 안개가 심하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감시체계가 설치된 곳이 주변에 마을이 없는 고지대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빛이 전혀 없으면 우주물체 식별이 매우 어려워 촬영은 박명(일몰 후 또는 일출 전)에 주로 이뤄진다. 정비반 요원은 “빛이 없으면 사진이 까맣게 나온다. 빛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수 등 기상 정보는 통제실 모니터에 실시간 표시된다. 기상 조건이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모니터에 ‘관측 가능’ 표시가 함께 나타난다. 비가 오면 즉시 돔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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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식별 체계를 구성하는 장비는 한글로 표기된 것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체계 개발을 맡은 LIG넥스원은 탐색 망원경 부품을 국산화하고, 위성 궤도 예측 기술과 우주물체 정밀 지향 기술 등을 적용했다. 해무와 습기가 많은 국내 환경을 고려해 개발됐다. 안내를 맡은 정비반 요원은 “외국산 장비는 부품 조달을 포함한 수리 기간이 최소 몇 달은 걸리지만, 국산 장비는 한 달 미만”이라며 정비 소요 시간에서 국산이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 개발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뒀지만, 실제 개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핵심기술을 갖고 있던 미국은 협력을 거부했다. 개발 담당자들은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악화했고, 육체적·심리적 한계를 견디다 못해 퇴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같은 역경을 딛고 탄생한 감시체계는 한국군이 미국에 의존하던 우주 정보를 독자적으로 수집, 우주공간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3단 발사체와 위성 모사체를 포착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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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 준비 서두르는 공군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우주를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방 분야의 일부로 인식, 우주공간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자 경쟁하고 있다. 북한도 군사정찰위성 개발 계획을 공개하면서 우주의 군사적 이용에 뛰어들 태세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안보’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셈이다.

정부도 지상의 국민 삶과 우주자산 보호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기술 등의 역량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기본계획에는 태양풍, 우주물체 충돌·추락 등 우주 위험 대비 역량 강화를 위한 감시체계(광학, 레이더, 레이저, 전자기 관측장비)를 확보하고 우방국과의 협력을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공군도 EOSS 가동을 토대로 본격적인 우주전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공군은 지난해 12월 우주 전문부대를 확대·개편, 우주작전대대를 만들었다. 우주작전대대는 공군 차원의 우주작전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이를 위해 2019년 9월 조직된 우주작전대를 기반으로 공군본부 우주센터 우주정보상황실, 항공정보단 위성관제상황실을 우주작전대대로 통합했다. 한·미 연합훈련 및 작전에서는 우주통합팀을 운영해 우주 협력을 강화하는 작업도 지속되고 있다.

우주작전대대는 우주 경제 강국 도약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우주력 발전계획’에 맞춰 국방 우주력 발전 및 우주안보를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군 우주작전 계획·조정·통제, 전·평시 우주물체 감시, 우주 위협 전파 등의 임무를 맡는다.

우주물체 감시를 통해 인공위성끼리 충돌 상황이 발생하면 사전에 경보를 발령, 위성 운영기관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주물체가 지상으로 추락하면 추락 예상 지역에 대한 경보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복구를 지원한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적성국 위성을 감시해 아군의 움직임이나 교신 내용이 드러나지 않도록 군 당국이 관련 대책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

공군은 2030년까지 고출력 레이저 위성추적 체계와 더불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로 우주를 감시할 수 있는 우주감시레이더, 초소형위성체계를 전력화해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2050년까지는 조기경보위성과 한국형 위성항법체계(GPS)를 확보해 우주작전 수행능력을 다지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EOSS 개발 및 운용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우주 전력 구축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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