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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출하량 26년만 최대라는데 콘크리트 없어 공사중단,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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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레미콘 공장. /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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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못 받고 있다.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레미콘 업계는 원료인 시멘트 공급이 부진하다고 문제제기하는데 시멘트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늘어 26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멘트 업계는 수요가 예상한 수준 이상으로 커졌고, 생산한 시멘트도 제대로 배분되지 못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2일 "건설사 주문량보다 20~30% 부족한 물량을 출하하고 있다"고 했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물 등을 섞어 공사장에서 바로 굳힐 수 있도록 준비한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건물의 바닥과 뼈대, 이른바 '골조'를 만들 때 필요한 필수 건자재다. 이런 콘크리트를 전국 건설현장이 전반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상위 100위권 이내 중·대형사를 조사했더니 건설현장 63.6%에서 콘크리트가 없어서 공사가 중단됐거나 지연된 상황이었다. 철근콘크리트서경인(서울·경기·인천)사용자연합회가 조사한 수도권 공사현장 200곳 중 92곳(46%)도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1~4월은 전통적으로도 콘크리트가 부족한 시기다. 따뜻한 공사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미콘, 건설 업계는 올해 수급 부족 문제의 "수준이 다르다"고 말한다. 콘크리트 원료인 '시멘트'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벌크콘크리트트럭(BCT)이 11~12시간을 기다려야 시멘트를 받는다는 트럭 기사들의 경험담도 나온다.

중소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은 시멘트 공급량이 예년보다 50% 적고, 지방은 그나마 상황이 나아서 30~40%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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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국내 시멘트 7개 사를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이 1051만톤, 수요량은 1043만톤이라고 추정한다.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많다.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업계는 민·관, 대형·중소형 건설현장 사이 콘크리트 배분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업계는 '수요 증가'도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1분기 시멘트 수요량은 987만톤이었다. 올해보다 56만톤(5.3%) 적었다. 이렇게 수요가 늘어난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공사가 밀렸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가 시멘트, 레미콘 운송을 거부해 가을에 해야 했던 공사들이 비교적 따뜻했던 지난 겨울과 올 봄에 몰아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콘크리트 같은 양을 생산할 때 필요한 시멘트 양이 늘었다. 지난해 광주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로 콘크리트 강도 기준이 강화됐다. 기존에 레미콘 1㎥(루베)를 생산할 때 필요한 시멘트가 약 250kg에서 280kg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시멘트 생산 설비인 '킬른'의 동절기 대보수,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로드맵에 맞춰 환경 개조 때문에 시멘트 생산량이 줄었다고 추측한다. 이날 기준 시멘트 업계가 운용하는 킬른은 35기다. 하지만 이중 보수, 개조를 하는 킬른은 11기로 지난해 1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시멘트 생산량은 지난해 1분기 1024만톤보다 2.6% 많다.


시멘트 수입, 현실적으로 어려워..."4월부터 생산량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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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양회 단양공장 사일로(Silo·저장소)에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출하를 위해 시멘트를 옮겨 싣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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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건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멘트 수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멘트는 국산보다 수입산이 비싸기 때문에 정부가 비용을 일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산 시멘트는 1톤당 약 10만원 수준이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시멘트 생산국 일본의 1톤당 시멘트 가격은 17만원, 미국은 20만원, 남미는 14만원 수준이다. 운송비는 별도다.

하지만 당장 시멘트를 수입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류가 제일 큰 걸림돌이다. 시멘트는 공기 중 수분과 결합해 천천히 굳는다. 굳는 과정을 늦추려면 철도 역과 항구 등에 시멘트 창고, 이른바 '사일로'를 지어야 하는데 설치 비용과 부지 매입 비용이 적지 않다. 시멘트 운반 전용 선박도 구해야 한다.

시멘트업계는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킬른 동절기 대보수는 3~4월 중 대부분 종료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를 마친 킬른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시멘트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여기에 계약 미이행에 따른 배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수요처와 이미 계약한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며 우선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시멘트 업계가 가격 인상을 위해 수급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은 지양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레미콘, 건설업계와 상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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