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전과 42범이지만 촉법소년이라…형제 도둑 또 석방 논란 [여기는 남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서울신문

사진=10대 형제 도둑이 창문을 통해 식품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CCTV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촉법소년 논란이 재점화했다.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어린 형제를 경찰이 또 풀어주게 되면서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지난 28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라플라타에서 각각 16살과 15살인 형제를 체포했다. 형제는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식품점에 들어가 금고를 들고 나온 절도범들이었다.

형제는 이미 금고를 열어 현금 2만 페소를 꺼내고 금고는 버린 뒤 도주하는 중이었다. 형제는 창문을 깨고 식품점에 침입했다. 늦게까지 잠이 들지 않은 식품점 주인은 집에서 CCTV로 범행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둑을 쉽게 잡은 건 형제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경찰들 사이에 ‘젠장 형제’라는 닉네임까지 붙은 형제는 타고난 범죄자 같았다. 이제 겨우 10대 중반이지만 그간 각종 범죄로 경찰에 42번 체포됐다. 형제가 나란히 전과 42범인 셈이다. 하지만 형제에게 전과기록은 없다. 16세 이하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고 그때마다 풀려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제의 범행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물증도 확실하지만 이번에도 신병을 부모에게 인계한다는 서류만 작성하고 형제를 풀어주게 됐다”면서 허탈해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형제의 범죄 솜씨는 성인을 뺨친다. 이번 식품점 절도의 경우에도 그랬다. 형제는 식품점 정문을 강제로 열어보려고 하다가 어렵다고 판단하자 곧바로 창문으로 침입경로를 바꿨다.

마음만 먹으면 못 들어갈 곳이 없다는 듯 형제가 창문을 깨고 식품점으로 들어가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식품점에 들어간 형제는 금고를 챙기고 진열돼 있는 먹거리를 닥치는 대로 백팩에 담았다. 형제는 단 1분 만에 원하는 걸 모두 챙겨 식품점을 빠져나왔다.

경찰은 “CCTV를 보면 10대 소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범죄에 능숙하다”면서 “경찰이 ‘젠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닉네임을 붙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라플라타에는 이 형제처럼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이용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10대 요주의 인물이 1명 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사회에선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라플라타 주민 페드로는 “지금의 10대는 20~30년 전 10대와 완전히 다르다. 16세는 소년이 아니라 어른이다”라면서 “촉법소년이라는 제도를 없애거나 나이를 낮추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앙헬라(여)는 “이런 아이들에게 촉법소년이란 범죄면허와 다를 것이 없다”면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재미있는 세상[나우뉴스]

    ▶ [페이스북]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