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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계 1위 ‘알람앱’으로 1년 200억 버는 한국인 청년사업가 [남돈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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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인터뷰
170개국서 하루 220만명 사용
10년 연속 흑자 알짜 기업
올해 매출 300억원 도전


매일경제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딜라이트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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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70개국에서 사용. 하루 사용자 220만명. 미국에서만 66만명.

세계 1위 알람 애플리케이션(앱) ‘알라미(Alarmy)’의 하루 평균 사용자수이다. 세계인의 아침을 깨우는 알라미를 운영하는 곳은 2013년 설립된 한국 기업 ‘딜라이트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독서 같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일찍 일어나려고 휴대폰에 알람을 설정한 후 휴대폰을 화장실에 놓고 잠들곤 했어요. 아침에 확실하게 깨워주는 알람이 필요해서 알라미를 개발했습니다.”

알라미가 세계 1위 알람앱이 된 비결은 사용자를 확실하게 깨워주는 독특한 기능에 있다. 알라미는 설정해놓은 시간이 되면 소리를 내서 알려주는 휴대폰 알람, 알람시계 같은 기본 기능은 물론 특수한 기능을 지녔다. 알람이 울렸을 때 알람을 해제하려면 미리 설정해놓은 수학문제를 풀거나 걷기, 사진 촬영, 휴대폰 흔들기, 스쿼트, 간단한 게임하기, 문장 따라 쓰기 등 임무(미션)를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오전 6시에 알람을 설정하면서 알람 해제 미션으로 간단한 수학문제 10개 풀기로 정했을 경우 오전 6시에 울리는 알람을 해제하려면 덧셈, 뺄셈 같은 수학문제 10개의 정답을 맞혀야 한다. 정답을 맞힐 때까지 알람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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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미 사용자가 알람 해제 미션으로 수학문제 풀기를 설정한 모습. <사진 제공=딜라이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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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오전 6시에 주방에 놓인 냉장고 문을 촬영하는 것으로 알람해제 미션을 설정하면 오전 6시에 알람이 울리면서 ‘사진 촬영을 준비해주세요’라는 알림창이 뜬다. ‘준비됐어요’를 누르면 사진 촬영이 가능한 화면으로 전환된다. 주방에 가서 해당 냉장고 문을 촬영해야 알람이 꺼진다.

알라미를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들은 ‘휴대폰에 알람 기능이 탑재돼 있는데 휴대폰 사용하면 되지, 알람앱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미션 수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잠에서 깰 수 있는 이점에 알라미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딜라이트룸 창업자인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34)는 “알라미는 미국인들에게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며 “알라미의 하루 평균 실사용자 220만명 중 66만명이 미국인(약 30%)으로 가장 많고, 2위가 한국인(33만명)”이라고 말했다.

딜라이트룸은 알라미의 높은 효용성에 힘입어 2019년 구독서비스도 출시했다. 한 달 구독료는 5900원, 연간 구독료는 4만6800원이다. 지난해 딜라이트룸의 매출액은 192억원, 영업이익은 11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의 약 31%(약 60억원)가 구독서비스에서 발생했다. 돈을 지불하고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대표는 “무료 서비스와 구독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션의 고도화로, 구독서비스는 미션이 더 정교하고, 사용자의 잠을 더 잘 깨워주는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알람 해제 후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잠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알림창이 뜬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도 알람창을 확인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잠이 든 것으로 간주하고 다시 알람이 울린다”고 덧붙였다.

알라미가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신 대표가 2012년 알라미를 개발한 후 같은 해 8월 출시했을 때 알라미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 대표는 “앱 장터에 알라미를 올리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알라미를 다운로드 받고 사용할 줄 알았지만 반응이 거의 없어서 고심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알라미에 관심 가질 만한 외국인 기자를 찾기 시작했고 알라미와 기능이 비슷한 시계이지만 당시에 1개당 수십만원이 넘는 미국의 라모스 닉시 알람시계 기사를 쓴 미국인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신 대표는 “라모스 닉스 알람시계는 알람이 울리면 화장실 등에 따로 설치한 키패드를 눌러야 알람이 꺼지는 시계인데, 2억원어치나 팔렸다”며 “미국인 기자에게 알라미는 라모스 시계와 기능은 비슷하지만 무료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 미국인 기자는 알라미의 장점을 소개한 기사를 영문으로 내보냈고, 기사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에서 하루에 1만명씩 알라미를 다운로드 받을 정도로 사용자 숫자가 급증했다. 알라미가 해외에서 인정받으면서 거꾸로 한국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 8월 알라미 무료 버전을 출시한 후 2013년 3월 유료 버전도 출시했는데, 유료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유료서비스는 2019년 구독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없어졌다.

딜라이트룸은 다른 앱 제공 회사들과 달리 설립 첫해부터 매출액이 발생했다. 하지만 신 대표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다. 2013년 8000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 현재 딜라이트룸의 수익원은 앱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는 광고,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요금 등이다.

딜라이트룸을 공격적으로 키우지 않은 배경에는 신 대표가 2013년 딜라이트룸을 설립했을 때 24살로 어렸던 이유도 있다. 신 대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등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개발자이기 때문에 직원 없이 2014년까지 혼자 딜라이트룸을 경영했다. 그러다가 2015년 8월 말부터 직원을 채용하면서 회사 조직을 조금씩 갖추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딜라이트룸의 도약을 위해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을 관리하는 콘셉트의 앱 ‘마이루틴’ 개발회사 ‘마인딩’을 지난해 인수했다. 앞서 2021년에는 수면의 질을 기술적으로 높이기 위한 매트리스 등을 연구하는 기업 ‘삼분의일’에도 투자했다.

신 대표는 “알라미의 기존 기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서비스도 개발 중”이라며 “올해 목표 경영실적은 매출액 3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 돌파”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알라미를 세계 1위 알람앱을 넘어 알람의 본질을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으로 산업·제품의 본질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노트앱은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잘 기록·보관할 수 있는 기능만 갖추면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클라우드와 결합해 노트앱에 필기하면 휴대폰, 컴퓨터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기기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 탑재가 필수입니다. 알람이 단순히 사람들의 잠을 깨워주고,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제공에 그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깨워줘야 한다고 판단해서 알라미에 여러 미션 기능을 넣은 거예요. 아침에 잘 일어나려면 숙면을 취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잘 자고, 잘 일어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꿔주고 성공적인 아침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기업으로 진화할 겁니다.”

신수현 기자

*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고 많이 팔리게 된 배경, 해당 기업의 경영 전략 등을 담는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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