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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 15억 버는 이정재 옆 그녀…CNN은 "성형천국 韓 우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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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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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가상인간 인풀루언서 ‘로지’는 배우 이정재에 이어 2030부산세계박람회 2호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사진 각 인스타그램]


“나의 3번째 22살 깜짝 생파!” 지난해 8월 19일 한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올라온 생일파티 사진 속 문구다. 이 계정의 주인공은 오로지. 오직 하나(one&only)라는 뜻의 순수 한글 이름을 가진 ‘로지’는 2020년 등장한 한국 최초의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로 ‘영원한 22세’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고 오히려 시대의 트렌드를 더 왕성하게 받아들이며 개성을 뽐내는 가상인간들이 SNS와 유튜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며 광고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켓 플랫폼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인플루언서 시장은 2020년 10조원에서 2025년 27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 인플루언서 시장이 7조6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약 2배 성장할 동안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은 2조4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2025년 사람과 가상인간의 시장 규모가 아예 역전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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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미국의 버추얼 휴먼스 사이트에 등록된 가상인간의 숫자는 2015년 9명에서 2022년 2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인 미국의 ‘미켈라(인스타 팔로워 286만명)’를 비롯해 브라질의 ‘루’, 영국의 ‘슈두’, 일본의 ‘이마’, 중국의 ‘아야이’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로는 로지 외에도 ‘리나’ ‘루이’ ‘루시’ ‘테오’ ‘류이드’ ‘수아’ ‘한유아’ 등이 있다. 국내 1호 사이버 가수 아담과 비교하면 이들은 휴대폰 같은 작은 크기의 모니터로는 도저히 식별이 안 될 만큼 인간을 닮았다. 싸이더스스튜디오(현 로커스엑스)가 개발한 로지 역시 2021년 7월 신한라이프 광고에서 자연스럽게 춤추는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 진짜 사람이 아니라 가상인간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엄청난 화제가 됐다. 이후 로지는 100건이 넘는 협찬과 광고로 한 해 동안 15억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다. 현재 로지의 인스타 팔로워는 15만5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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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미국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미켈라’. 각종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2020년 한 해에만 약 160억원을 벌었다. [사진 각 인스타그램]


이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비롯해 광고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사람을 꼭 빼닮은 외모뿐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 인플루언서들처럼 개성 있는 세계관(정체성)과 취향이 분명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로지를 개발한 로커스엑스의 김진수 이사는 “광고계약 때를 제외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SNS 등에 관해서는 임원진의 컨펌이 전혀 없다”며 “로지의 세계관은 철저히 MZ세대 여직원 7명에 의해 창조·운영된다”고 했다. 말괄량이 같은 성격이나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로지의 세계관은 로지와 같은 또래들의 ‘찐’ 생활로부터 여과 없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넷마블의 계열사인 메타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개발한 ‘리나’는 열정 많은 젠지(GenZ) 세대 디지털 크리에이터로서 트렌디한 패션·뷰티를 사랑하는 잇걸이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흥미롭게도 리나는 국민배우 송강호,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 영, 아이돌 갓세븐의 멤버 영재, 그리고 사람 인플루언서로 인기 많은 기은세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써브라임의 멤버다. 가상인간이지만 사람처럼 진정성 있는 활약을 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리나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고 있는 써브라임의 김은정 담당은 “제작사별로 가상인간에게 부여하는 아름다움과 역할은 각각 다르다”며 “리나는 패션·뷰티 인플루언서로 정체성이 규정된 룩앤필(look&feel)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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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가 패션지 하퍼스바자의 2022년 환경보호 캠페인 ‘옷의 새주인을 찾는 사람들’에 참여해 화보를 찍은 모습. [사진 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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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담당은 가상인간을 매니지먼트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음주운전 사고를 내거나 학폭·마약 등의 사건을 일으킬 위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또 “한국의 가상인간 개발 기술이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며 “향후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K산업을 이끄는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든 기업이 자사 이미지를 브랜딩 할 때 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모든 사업 채널에서 매번 사람 톱스타를 쓰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물리적으로도 힘들다. 반면 가상인간은 초기 개발에는 비용이 들지만 이후에는 기업이 원하는 모습과 취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활약할 수 있다.

물론 많은 인플루언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숙제도 산재한다. 우선 비현실적인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 패션·뷰티를 포함한 각종 기업 광고와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에 특화된 가상인간은 주근깨가 좀 있긴 하지만 8등신 몸매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가졌다. 심지어 이들의 외모는 영원히 늙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의 CNN은 바로 이 점을 가상인간의 그늘로 지적하면서 “성형 1번지로 불리는 한국에서 가상인간들이 비현실적인 외모로 대중의 선망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상에 없던 얼굴을 창조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약 8억원을 들여 제작한 가상인간 명예 홍보대사 ‘여리지’는 국정감사에서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과 똑같이 생겼다”며 초상권 침해 요소를 지적받았다. 스타를 비롯한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대중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에는 ‘함께 늙어가면서 자연스레 변화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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