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수갑 차고 머그샷 할까…망신살 뻗친 트럼프, 대체 무슨일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욕 맨해튼대배심 기소 가결
“기업문서 조작·선거법위반”
‘무죄주장’ 트럼프 4일 법원출두
머그샷·수갑 등 형식상 체포
도주 우려없어 바로 풀려날듯


매일경제

‘트럼프 체포설’ 속 미국 뉴욕시 트럼프 타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흉내내는 분장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역대 전·현직 미 대통령 중에서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면서 조만간 법정에 선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성인 배우와의 성추문 입막음을 위해 회삿돈을 지급한 의혹과 관련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맨해튼 대배심 총 23명 가운데 과반인 최소 12명 이상이 검찰 수사내용을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기소에 찬성했다. 미국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이 과거 및 재임 중의 사건으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검찰이 기소권을 가진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1년 이상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에 대해서는 대배심의 기소가 필요하다. 대배심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최종 결정하는 미국의 소배심과도 구분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였던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지난 2006년 혼외정사 사실을 숨기려고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2016년 대선 직전 합의금 명목의 회삿돈 13만 달러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이 코언에게 기존 13만달러에 추가 비용을 더해서 총 42만달러를 갚아줬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언에게 지급한 자금을 내부적으로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했기 때문에 기업문서 조작 혐의를 받는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팀은 지난 1월 말 대배심을 구성해 코언을 비롯한 주요 증인들의 증언을 청취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검찰은 트럼프그룹에서 지급한 성추문 무마 합의금의 경우 2016년 당시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사용됐기 때문에 불법 선거자금 수수에 해당된다고 보고 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문서조작은 경범죄이지만 선거법 위반까지 추가되면서 중범죄로 상향됐다. 그의 구체적인 혐의는 며칠 안에 공개되는 공소장에서 밝혀진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 공소장에 기업사기와 관련한 30여건에 이르는 혐의가 적시됐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법원 인근 공원에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펼침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 =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달 4일 뉴욕 맨해튼지검에 자진 출석해서 형식적으로 체포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는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스캔하며 유전자를 채취당하게 된다. 또 피고인의 법적 권리 등을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는다. 그는 중범죄로 기소됐기 때문에 보통의 피고인처럼 수갑을 차고 언론을 상대로 포토라인에 설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와 경호를 감안해 수갑없이 포토라인을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 자리를 정치적 기회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어 그는 뉴욕주 지방법원으로 이동해서 기소 사유를 설명듣고 혐의 인정 여부를 심문하는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하게 무죄를 주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도주 우려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마치고 곧바로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측 변호인과 판사가 증거 제출 및 향후 재판 일정을 협의한다. 정식 재판이 시작되려면 적어도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번 문서조작과 선거법 위반을 결합한 기소를 놓고 법률적인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자금 문제를 연방 선거법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라 맨해튼 지검에서 기소하는 것에 대한 적합성 논란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첫 기소라는 불명예를 얻은 것만으로도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정치적 박해이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위에서 자행된 선거 개입”이라며 “급진좌파들은 ‘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를 파괴하기 위해 마녀사냥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합되고 강한 우리 당이 앨빈 브래그와 조 바이든을 이기고 부정직한 민주당 당원의 마지막 한 명까지 공직에서 쫓아낼 것”이라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검찰이 오는 21일 자신을 체포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행동을 촉구한 다음날인 19일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 밖에 모이고 있다. [사진 = 팜비치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본인의 체포설을 소셜미디어에 선제적으로 제기해서 정치쟁점화를 하고 “시위하며 우리나라를 되찾자”며 지지층 결집을 촉구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일제히 뉴욕 검찰에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미국 국민은 이런 부당함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원은 브래그와 그의 전례 없는 권력 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 팜비치에서 시위하며 분노를 표출했고 “조 바이든을 탄핵하자” 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에서도 시위대로 인해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중이거나 유죄평결을 받더라도 대선 출마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 후보 조건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35세 이상 연령, 최소 14년 이상 거주한 미국인 등 세 가지만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11월 대선 가도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그가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는 동정론을 얻어서 보수를 결집할 경우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다. 다만 형사기소는 법과 상식을 중시하는 중도층 유권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와 1대1로 맞붙는 본선 경쟁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주자 지지율 1위 후보로서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제치더라도 민주당 후보로 등판할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법적 위험들도 뜨거운 감자이다.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플로리다 자택 반출과 1.6 의회폭동 선동 혐의를 조사 중이고,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그룹의 탈세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고,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결과 뒤집기 시도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