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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247년 美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 ‘피고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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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후보 당시 성인영화 배우와의 성관계 폭로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벌인 불법 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46명의 전·현직 미국 대통령을 통틀어 형사 기소되는 첫 사례다. 1776년 건국 이래 247년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로 미국 정치가 혼돈에 빠져들면서 내년 대선 판도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인영화 배우의 성추문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13만 달러를 지급했는데,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기업 트럼프그룹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단순한 서류 위조를 넘어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는 1·6 의회 난입 사태와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표 결과 변경 압력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관련 혐의만 최소 24개에 이른다니 추가 기소가 줄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공화당은 “사법체계 무기화”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유력한 대선 주자에 대한 정치 탄압이자 재출마를 막기 위한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지지층의 80%가 “마녀사냥”이라고 답한 가운데 인터넷에는 검찰 커넥션을 비롯한 각종 음모론이 퍼지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갑 찬 모습을 대중에게 노출해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 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선 불복에 이어 사법부의 기소 결정 불복 움직임까지 본격화할 경우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더 가중될지 알 수 없다.

유무죄 여부는 미국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질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워싱턴의 정치적 혼란과 “내란 수준”이라는 사회 분열을 미국 사회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권력남용과 의회 업무 방해, 내란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두 차례 탄핵당하는 등 미국 민주주의의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다만 그에 대한 기소를 결정한 뉴욕 대배심의 결정은 세계 최강대국의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법의 심판대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켰다. 기로에 선 미국 정치가 던지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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