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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작심한 유동규, 재판 내내 "이재명씨"…눈도 안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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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누가 거짓말 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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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한때 한 배를 탔던 두 사람이 법정에서 적으로 만났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세 번째 공판에서다. 과거 이 대표의 '측근'이었던 유 전 본부장은 재판 내내 이 대표를 '이재명 씨'로 부르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두 사람은 2009년 변호사와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으로 만나 10여 년을 동고동락한 사이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신문이 이어지던 4시간여 동안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이 입정할 당시 잠시 눈길을 줬을 뿐이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변호인과 속닥거리며 상의하거나 간단하게 메모를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측의 신문에 따라 이 대표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과의 친분 관계를 상세히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이 대표가 변호사였던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의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를 다룬 언론 기사를 제시하면서 "당시 성남시장 후보였던 피고인(이 대표)도 설명회에 참석했고, 김문기 씨도 참석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참석한 것으로 안다"며 "김 전 처장에게 '이재명 씨와 따로 통화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동부건설 직원이었던 김 전 처장의 입사를 자신이 주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상의했고, 정 전 실장도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김 전 처장의 직급이었던 도개공) 팀장급은 시청 과장급에 해당되고 6명밖에 없는 직책이자 본부장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직급"이라며 "고위직은 반드시 정 전 처장과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서로 잘 알았다'는 증거자료로 사진과 영상으로 제출했던 호주와 뉴질랜드 교통체계 벤치마킹 출장에 대해서도 "정 전 실장이 '트램'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쉬러 가니까 네가 좀 챙겨드려라"고 했다며 "원래는 이현철(당시 성남도개공 2처장)을 데려가려고 했는데, 친하고 편한 사람 데려오라고 해서 제가 김 전 처장으로 교체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다는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등이 해외 출장 도중 공식 일정에서 빠져나와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서도 "해외출장 중에 골프 친다는 게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그렇다. 김 전 처장이 딸에게 (골프 친 내용을) 보냈다고 해서 제가 뭐라고 했었다"고 답했다. 그는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2인용 골프 카트를 함께 탄 것과 김 전 처장이 이를 운전한 것 외에도 "(골프를 칠 당시 이 대표가) '여기 리모델링 하는 사람 다 와 있어서 리모델링이 되겠냐'고 했다"며 이 대표의 발언도 증언했다.

해당 출장에서 이 대표가 공식 일정 중에 골프장 외에도 김 전 처장 측근인 김진욱 비서와 함께 바다낚시를 즐겼다고도 했다. 그는 "바다낚시 비용으로 내게 3000호주달러를 현금으로 준비시켜 가이드에게 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방송사 인터뷰·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격주 금요일마다 재판을 받고 있다. 오전 재판에서는 이 대표 측이 앞선 두 번의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사진과 영상 등 증거자료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패키지 여행'에 비유해 "패키지 여행 참석자들은 같은 차를 타고, 같이 식사하고, 같이 관광지 방문을 하지만 다른 참석자와 친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찰나의 순간인 사진에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해서 친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받아 쳤다. 이날 공판은 재판 전 안구 망막이 찢어져 시술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의 요청으로 검찰 측 주신문을 채 끝내지 못한 채 오후 7시께 종료됐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신문을 오는 14일 4차 공판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재판에 앞서서 이 대표가 차에서 내려 법원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80대 남성이 이 대표를 향해 계란을 던져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 대표 측은 경찰에 처벌불원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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