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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 사형 안 하잖나, 잠시 자유 달라”… 가족 살해한 父 최후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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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으로 A씨가 들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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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가장 A씨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잠시나마 자유를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31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남천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46)씨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건 당일) 자식들에게 ‘앞으로 잘 지내자’면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듯 안심시키고 아내를 나가게 하는 등 범행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며 “현장에 자기가 없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CCTV 없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으로 아내는 사랑하는 두 자녀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하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고, 두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며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나 다중인격장애와 기억상실을 앓고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점을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기억상실과 다중인격을 이야기한 건 심신미약이나 감형을 위한 주장이 아닌 본인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말한 것”이라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감히 사과한다는 말을 드리기도 송구하나, 반성하고 있고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본인 잘못에 응당 처벌받을 것을 마음먹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모든 일은 제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죄를 변호할 생각이 없고 재판 결과가 무엇이 나오든 모두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주셨으면 좋겠다”며 “저에게는 삶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상황인데, 사형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을) 안 하지 않나. 부디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8시10분쯤 경기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집안에서 아내 B(당시 42세)씨와 중학생·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년여 전 회사를 그만둔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면서 아내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큰아들인 C(당시 15세)군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폭언한 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직전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에 들어가 큰아들과 아내, 막내아들을 차례로 살해했다. 이후 범행도구와 입었던 옷을 버린 뒤 인근 PC방으로 가 2시간가량 만화를 보다 귀가했다. 이어 “외출하고 오니 가족들이 칼에 찔려 죽어있다”고 울며 119에 신고했으나, 주변 정황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자백했다.

구속 전에는 기자들에게 “저는 8년 전 기억을 잃었고 이번에 코로나에 걸려 기억을 찾았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또 “지난 8년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름대로 조사해봤는데 어머니는 버려졌고 저는 ATM 기계처럼 일만 시켜 울화가 찼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도 ‘8년 전 기억을 상실했다’거나 다중인격장애 등을 주장했으나,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해당 진술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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