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할아버지는 5·18 학살 주범"...전두환 손자 눈물로 품어준 광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입니다."

고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27)씨가 31일 "제 가족들뿐 아니라 저 또한 추악한 죄인"이라며 "5·18은 학살이고 그 주범은 할아버지 전두환씨"라며 광주시민에게 사죄하러 왔다며 무릎을 꿇고 머리숙여 사죄했다.

5·18 민주화운동 동안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주범인 전 전 대통령의 일가 중에서 처음으로 광주 시민들에게 공식 사죄한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전씨는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5·18민주화운동 유족·피해자와의 공개 만남'을 진행 했다.

뉴스핌

[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있다. 2023.03.31 ej7648@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아들 문재학 열사를 잃은 김길자씨, 광주교도소 앞에서 총상을 입었던 시민군 김태수씨. 폭행 구금 피해자 김관씨 등이 참석했다. 오월어머니 10여명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조진태 상임이사, 양재혁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황일봉 부상자회장, 5월 관계자 시민 등도 자리했다.

전우원씨는 "이렇게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회개하고 반성하고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추모승화공간을 방문한 뒤 이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로 이동해 오월영령들에 참배했다.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한 전씨는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고 적었다.

뉴스핌

[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작성한 방명록 글. 2023.03.31 ej7648@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씨는 참배대 앞에 서서 헌화와 참배를 하고 5월 단체, 5·18유족들과 함께 오월 첫 희생자 김경철 열사, 12세 나이로 계엄군 총에 맞아 숨진 전재수군의 묘와 행불자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전씨는 묘지에서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묘비를 닦아냈다. 그러면서 "제 옷이 아닌 더 좋은 거로 사용해야 했는데 부족하다"며 "죄송한 마음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겠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전 기념재단 일정부터 줄곧 옆에 있던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항쟁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전씨를 안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이후 전씨는 광주 동구에 위치한 옛 전남도청을 방문해 전남도청지킴이 어머니들 앞에서 큰절을 하며 또다시 사죄했다. 오월어머니들은 복받친 감정을 억누르며 전씨의 손을 맞잡거나 포옹했다.

전씨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는 말을 연신 건넸다. 이런 전씨에게 한 유족은 "큰 결심을 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동안 엉킨 실타래 조금씩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 진실을 밝혀 화해의 길로 나가자"며 그를 격려했다.

5·18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고(故) 박관현 열사의 누나인 박행순 여사는 친어머니처럼 그를 끌어안았다.

뉴스핌

[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31일 오전 10시 전우원씨가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5·18민주화운동 유족피해자와의 공개 만남에서 광주시민에게 사죄하고 있다. [2023.03.31 ej7648@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명자 전 5월어머니집 관장은 "전두환의 '전'자만 들어도 사지가 떨리던 사람들인데 진정어린 사과를 해주니 마음이 풀린다. 진정성을 끝까지 보여주길 바란다"며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다른 이들의 사죄와 양심고백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도 우원씨에게 "할아버지도 못한 걸 해낸다", "광주를 위해 용기 내줘 감사하다", "큰 결심에 끝까지 응원한다"는 말과 손편지, 물 등을 건네며 격려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감사하다"며 그를 안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씨는 오월어머니들을 만나고 5월 항쟁 당시 헬기 사격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일빌딩245' 현장도 찾았다.

전우원씨의 사죄를 지켜본 사람들은 "용기 있는 행동", "진정성을 보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5·18단체 관계자들은 "5·18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전우원 씨가 순수한 마음으로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할아버지의 잘못을 사죄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과 전두환 책임을 확인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j7648@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