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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고급 PC도 무용지물"…갈수록 나빠지는 PC 게임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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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최근 출시되는 PC 게임들이 잇따라 성능 최적화 문제를 일으키면서 PC 게이머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지난 28일 출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PC 버전은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현재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기록 중이다. ‘대체로 부정적’은 긍정 평가가 39% 이하일 때 부여되는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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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PC 최적화로 악평을 듣고 있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출처=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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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은 플레이스테이션5로 먼저 출시되어 높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그런 게임이 PC판에서는 유독 악평을 듣는 이유는 게임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PC판 최적화 문제 때문이다.

이용자들에 따르면 해당 게임은 현재 높은 성능의 PC로도 원활히 구동이 안 되거나, 게임이 작동을 멈추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게임 도중에도 게임이 멈출 정도로 긴 로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솔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 나쁜 최적화로 PC판 이용자들에게 원성을 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달 초 출시됐던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또한 그래픽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요구 사양, 많은 버그와 멈춤 현상, 불편한 조작감 등으로 원성을 사며 부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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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출시된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도 나쁜 PC 최적화로 원성을 샀다. 출처=코에이테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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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 내 출시된 주요 게임으로만 따져봐도 ‘칼리스토 프로토콜’, ‘포스포큰’, ‘와일드하츠’ 등이 모두 최적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출시되어 올해의 게임을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쓴 ‘엘든 링’ 또한 PC판은 최적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다. 스팀 와룡 평가 페이지에서 한 이용자는 “사는 게임마다 최적화가 심각해 이젠 믿을 게임이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로 먼저 발매된 후 PC로 이식되거나, PC로도 함께 발매되는 멀티 플랫폼 게임들이다.

PC 게임은 일반적으로 콘솔 게임에 비해 태생적으로 최적화가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단일 하드웨어를 지닌 콘솔과 달리 PC는 이용자마다 하드웨어 구성이 다르므로 다양한 조건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같은 그래픽과 성능 수준이라도 PC판이 콘솔에서보다 더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런 태생적 불리함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몇 년 새 PC 게임 최적화 수준은 도를 넘었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콘솔 하드웨어의 몇 배에 달하는 성능을 지닌 최신 고사양 PC로도 원활한 플레이가 힘든 경우가 있는가 하면, PC판에서 최적화 문제를 겪지 않은 게임을 찾는 게 힘들 정도로 그 빈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임 전문 매체 PC게이머는 “PC 게이머들은 잇따른 나쁜 이식에 질려가고 있다”면서 “모든 게임이 PC로 나오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출시작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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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스토 프로토콜' PC판 출시 초기 셰이더 컴파일로 인한 끊김 현상으로 원활한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패치로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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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PC 게임들이 최적화 문제를 겪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먼저 기술적 이유로 셰이더 컴파일 문제가 거론된다. 셰이더는 각종 그래픽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작은 프로그램이다.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짜여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이를 기계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컴파일이라고 한다. 셰이더 또한 그래픽 연산 장치가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컴파일이 필요하다.

콘솔의 경우, 하드웨어 구성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셰이더를 미리 컴파일해둘 수 있지만 PC 게임은 이용자마다 하드웨어 구성이 다르니 게임을 로딩하며 셰이더를 컴파일하거나 게임 도중 필요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진행할 때가 많다. 문제는 그래픽 기술 발전으로 과거보다 셰이더 종류나 숫자가 늘면서 컴파일 과정에서 요구하는 연산량과 시간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점이다. 최근 PC 게임들이 지나치게 긴 초기 로딩 시간을 요구하거나 잦은 끊김 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다.

보다 근본적 이유로 꼽히는 건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들이 콘솔판에만 신경을 쏟고 PC판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게임 시장 규모는 콘솔 시장이 더 크며, 게임 개발이나 마케팅도 콘솔 중심으로 이뤄질 때가 많다. 콘솔로 게임을 개발하고, PC판 이식은 외주로 주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또한 PC 이식은 외주 개발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그래픽 분석 전문 매체 디지털 파운드리의 알렉스 바타글리아는 “형편없는 PC 이식을 끝내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며 “결국에는 PC판에도 콘솔판에 기울이는 것과 같은 수준의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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