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CBS논평]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원수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 정종훈 교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3월 13일 이래로 '자유의 방패'라는 이름 아래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대대급 이하로 실시되었던 훈련이 지난해에는 연대급으로 격상되었고, 올해는 전구급으로 크게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올해 훈련의 특징은 방어의 개념을 지나서 평양을 점령하는 훈련과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등 명백한 공격훈련으로 전환했다는 것입니다. 대북선제타격을 운운해 온 현 정부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전날 12일에 "전쟁 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토의하고 결정했다."는 보도와 함께 함경남도 남포 해상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습니다.

19일에는 동해 상공 800m에서 핵탄두를 폭파하는 '핵타격모의 전술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습니다. 또한 22일에는 순항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여러 발 발사했고, 같은 날 한미연합훈련에 항의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대규모 청년학생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남북은 군사적 관계에 있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대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서 실시한다는 한미연합훈련이 오히려 그 목적을 위협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대립과 긴장과 갈등이 더욱 고조되면, 의도치 않은 군사적 충돌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나아가 전쟁으로 비화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정세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지난 70년 동안 이런 정세를 일상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인지 전쟁에 대해서 아주 초연합니다. 오히려 외국의 언론과 우리 해외동포들이 '전쟁위험'을 말하며 긴장하는 형편입니다.

노컷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 일대에서 열린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K2 전차가 부교를 건너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제7기동군단 예하 11기동사단, 한미연합사단 예하 미군 11공병대대 등이 참여했다. 여주=박종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서독의 통일을 이끈 독일개신교회협의회는 평화백서에서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원수사랑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원수사랑은 적대자에게 굴복하는 것도 아니고, 그에게 알랑거리는 것도 아닙니다. 적대자를 희망과 공포, 공격성에 의해 움직이는 죄 있는 인간으로 승인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이상화하지도 않고, 적대자를 악마화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자기 안에서 적대자를, 적대자 안에서 자기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입니다. 자기는 적대자를 괴롭히지 않는데, 적대자는 자기를 괴롭히고, 자기는 세계평화를 원하는데, 적대자는 전쟁을 원하고, 아군의 전투력은 방어용인데, 적대자의 전투력은 공격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원수사랑은 적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적대자를 왜곡하는 편견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적대자를 공동의 풍성한 삶을 위한 동반자로서 보는 것입니다. 적대자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이자, 자기가 사랑해야 할 이웃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적대자가 아직은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자기가 먼저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자기가 먼저 적대자를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원수사랑은 인격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치적인 영역까지 확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될 때, 그 훈련이 언제라도 실제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경쟁으로 남한과 미국을 당할 수 없어서 자기 보호를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과 일본이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려고 할 때, 북한은 신냉전의 구도 속에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며 평화를 깨뜨리는 방향으로 갈 것임을 예견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 그리스도인은 원수사랑을 실천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