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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남서 납치·살해된 40대 여성, 코인 피의자 3명과 무슨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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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서 1분만에 납치

코인 사기 수사 받던 중 범행

“대청댐 인근에 시신 버렸다”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40대 여성이 남성 3명에게 납치된 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범 3명은 가상화폐(코인) 관련 사기 사건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납치 사건 직후 시민 신고를 받고 이들을 추적했지만 이틀 뒤인 31일에야 이들을 체포할 수 있었다. 여성은 납치 직후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강남 여성납치 지도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1시 46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A씨가 남성 2명에게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인근 방범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납치는 당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시작됐다. 여성이 아파트에서 나오자 한 남성이 A씨 위로 올라타 그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고, 이후 또 다른 남성이 등장해 “살려달라” 소리치던 A씨의 머리카락을 잡은 채 쪽문을 향해 20~30m를 끌고갔다는 것이다. A씨를 끌고간 이들은 길가에 세워져 있는 회색 승용차에 A씨를 강제로 태우려 했다.

피해자는 바닥에 눕듯이 버티며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지만 결국 이들에게 질질 끌리다시피 한 상태로 차에 올랐고, 차량은 여성을 태우자마자 곧바로 어딘가로 출발했다. 단 1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과정을 우연히 본 한 시민이 “수상한 사람들이 여성을 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하는 것 같다”며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CCTV 등에 따르면 이들은 수시간 전부터 아파트 근처에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납치범들이 무차별 납치를 한 게 아니라, 피해자를 미리 특정한 계획 범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납치범들은 이 여성을 데리고 곧장 대전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납치했을 때 쓴 현대차 벨로스터 차량을 대전 인근에 버리고 렌터카로 갈아탔다. 그 뒤 충북 청주로 향했고, 청주에서 렌터카도 버리고 택시를 이용해 경기 성남시로 이동했다. 성남에 도착한 이들은 옷을 갈아입고 근처 숙박 업소에 잠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의식해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

경찰은 고속도로 CCTV 등을 토대로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다 31일 오전 10시 45분쯤 경기 성남 수인분당선 모란역 내 물품 보관함 근처에서 피의자 한 명을 붙잡았다. 그리고 오후 1시 15분쯤에는 또 다른 1명을 성남시에서 추가로 붙잡았다. 이들을 수사한 끝에 공범이 한 명 더 있다는 진술을 받아 마지막 피의자를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검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납치범 3명은 모두 30대 남성으로 직접 피해자를 납치한 건 B(30)씨와 C(36)씨였고, 가장 마지막에 잡힌 D씨는 35세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납치 이후 A씨를 1시간 40분 동안 감금한 뒤 살해했고, 대전 대청댐 인근 땅에 시신을 파묻는 방식으로 유기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에 따라 시신을 수색하던 경찰은 대청댐 근처 야산에서 실제 시신 한 구를 발견하고 그가 A씨라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대전에 버린 차량에서는 혈흔이 묻은 흉기 등도 발견했다. 경찰은 이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는지, 세 사람 중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경찰은 추가 범행이나 다른 공범이 있는지, 숨진 A씨와 이들의 금전 거래 관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들 모두 가상화폐 관련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체포·감금 사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7년 1165건이었던 감금 발생사건은 2019년 1243건, 2021년 1439건으로 늘었다. 작년 상반기에만 708건의 체포·감금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납치된 것은 약 7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바로 앞으로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거지 주변이라 평일 밤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동네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뉴스에서 본 영상 속 아파트가 정말 우리 아파트가 맞냐, 애들도 많은 동네인데 너무 무섭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도심 한복판 납치 자체는 종종 벌어지지만 이 사건처럼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최근 드물다. 지난달 16일에는 헤어진 여자 친구를 강남에서 강제로 차량에 태워 경기 김포시 자신의 집에 데려가 감금한 사건이 있었고, 같은 달 2일엔 돈 문제로 사무실에 찾아가 삼단봉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뒤 강제로 차에 태워 2시간가량 끌고다닌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납치 사건의 경우 데이트 폭력의 연장 선상에 있거나 금전 문제로 돈을 돌려받기 위한 목적이 많다”면서 “다만 이번 사건처럼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정말 강한 원한 관계가 아닌 이상 드문 편이다”라고 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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