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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외교 참사’ 지지율 급락에 반영된 국민 불안, 대통령이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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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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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한주 동안 4%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11월 4주차 조사(30%)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불안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0%로 전주에 비해 4%포인트 빠졌고, 부정 평가는 2%포인트 오른 60%였다. ‘외교’(21%)와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20%)를 부정 평가의 주요 이유로 꼽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외교 실수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뒤, 서둘러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 관계를 복원했다며, ‘이제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돌아온 현실은 대통령의 예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다 내어줬음에도 일본 쪽에서 ‘성의 있는 호응’은커녕 독도, 후쿠시마 오염수와 수산물, 초계기 등 한국에 대한 추가 요구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 발언이나 회담 내용이 일본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대통령실은 전전긍긍하며 ‘사실무근’이라 해명하는 일이 2주째 반복된다. 이처럼 ‘굴욕외교’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12년 만의 미국 국빈방문을 20여일 앞두고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공연 보고 누락 사태’로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했다는 소식이 연일 알려지니, 과연 이 정부가 엄혹한 외교·안보 상황을 풀어갈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지마저 의심하게 된다. 당장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에는 또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지금 한국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북한은 최근 전술핵탄두 실물 사진을 공개하는 등 핵 위협을 전방위로 높이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치열한 협상으로 반도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산업을 지켜내야 한다. 지금 국가안보실 내부갈등, 알력설 등이 나오는데, 우리 외교 현실이 그 정도로 한가로운가.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누구보다도 윤 대통령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동안 부처나 실무진이 외교 채널로 협상을 하면 윤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큰소리치며 조급하게 결말을 짓는 태도가 외교를 더욱 혼란스럽게 해왔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외교·안보 정책을 반성하고 철저하게 쇄신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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