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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겨눈 日 '반도체 수출규제' 韓 영향 없다? 앞으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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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수출 제한 카드를 꺼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지만, 미ㆍ중 반도체 패권 전쟁의 ‘외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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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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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23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군사용으로 쓰일 위험이 있는 품목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수출하기 전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날 일 경제산업성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기반 장치, 각종 식각ㆍ검사 장치 등 23개 품목을 수출 관리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의 성령(한국의 시행령 격)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오는 5월 공포, 7월 시행할 계획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은 “이번 조치는 모든 국가에 대상으로 하며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위험이 없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시장 판단은 다르다. 반도체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중국을 겨냥한 추가 조치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성령 개정안에서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지정한 건 아니지만 42개 우호 국가를 제외하면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우호국이 아닌) 중국으로의 수출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미국ㆍ네덜란드와 함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강국으로 꼽힌다. 도쿄 일렉트론, 니콘 등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 일본 기업은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네덜란드 ASML과 함께 수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관련 최첨단 반도체 설비에서 선두주자 위치에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AI와 수퍼컴퓨터 제조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네덜란드에, 일본까지 가세하면서 중국 반도체 제조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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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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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달리 한국은 미국ㆍ대만ㆍ싱가포르 등과 함께 일본이 꼽는 42개 우호국에 들어간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기존에도 일본의 수출 통제 절차에 따라 장비를 차질 없이 도입해 왔으며, 이번에 추가된 품목 역시 군용 전용 방지가 목적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칼날’을 한국이 피했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대(對)중 수출 감소라는 경제적 피해를 무릅쓰고 미국 편에 섰다. 그만큼 미ㆍ중 간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측에선 일본의 이번 조치가 세계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며, (일본 정부가) 국가 안보를 내세웠지만 그 정당성이 의심된다고 논평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30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중 터져 나왔다.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은 나날이 고조되는 중이다.

한국에 당장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해도 앞으로가 문제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ㆍ중ㆍ일 3개국의 경제 전쟁이 더 격화하면 국내 기업도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산업부 당국자는 “이번 한ㆍ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양국 수출 통제 당국 간 협의 환경을 기반으로 수출 관리 정책 대화 등을 통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일본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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