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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월 반도체 생산 17.1%↓, 14년 만에 최악…빛바랜 경기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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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캠퍼스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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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의 20%를 차지해 한국 경제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 경기가 연초부터 크게 꺾였다. 한국 경제 전체로 보면 지난달 둔화 흐름이 다소 나아졌지만, 반도체 생산이 4년여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해 찬물을 끼얹었다. 반도체 시장 회복에 기댄 경제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09.4(2020년=100)로 전월보다 0.3% 올랐다. 산업 생산은 지난해 10월(-1.1%)과 11월(-0.5%) 감소하다 12월(0.1%)과 1월(0.1%), 2월(0.3%)에 걸쳐 소폭 상승했다.

다만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3.2% 줄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17.1%), 자동차(-4.8%) 생산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전월보다 17.1%, 1년 전보다 41.8% 급감했다. 전월 대비 감소 폭은 2008년 12월(-18.1%)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대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다”며 “최근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악화하면서 감소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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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달 제조업 재고율(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120.1%였다. 전월 대비 0.7%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올해 1월 재고율(120.8%)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123.3%) 이후 최대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저효과(base effect·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란 얘기다.

지난달 반도체 재고는 전월보다 오히려 3.9% 증가했다. 1월 반도체 재고가 28% 폭증했는데도 더 늘었다. 재고 증가는 상징적인 경기 하강 신호다. 재고가 쌓일수록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 재고부터 소화해야 생산할 수 있어서다. 국내총생산(GDP)은 결국 생산의 합인 만큼 높은 재고율은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재고가 쌓일수록 신규 투자도 부담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이 부진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며 건설 기성(건축·토목 공사) 투자가 6%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08.4(2020년=100)로 전달보다 5.3% 증가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6.4%), 승용차 등 내구재(4.6%), 의복 등 준내구재(3.5%) 판매가 나아졌다. 지난해 11월(-2.3%), 12월(-0.2%), 올 1월(-1.1%) 감소하다 반전했다. 김보경 심의관은 “지난해 소비가 부진한 기저효과와 대규모 할인 행사, 전기차 보조금 재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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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한민국이란 공장을 돌리는 3대 축인 생산·투자·소비는 지난달 일제히 늘면서 2021년 12월 이후 14개월 만에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 흐름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부진, 기저효과 때문이다. 단적으로 경제 심리가 여전히 차갑다.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98.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7월(-0.3포인트) 이후 8개월째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 했다.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최대 리스크는 반도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를 제외한 전체 수출액(441억 달러)은 1년 전보다 0.8%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포함할 경우 전체 수출액(501억 달러)은 7.5% 줄었다. 5개월째 감소세다. 반도체 수출액(60억 달러)만 놓고 보면 42.5% 급감했다. 반도체만 유독 하락세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지표가 나아졌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진이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큰 데다 한국 경제의 큰 부분 차지하는 반도체가 좋아지지 않아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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