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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블랙핑크 때문이 아니라면…석연찮은 안보실장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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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빈 방미’ 한 달앞…여러 해석만 남겨

보고 누락·알력설·비서실과 소통 부재 등

대통령실 “공연, 방미 행사 일정에 없다”

대통령 결심에 무게…‘북핵·미국통’ 조태용 임명 일단락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교체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만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가운데 갑작스런 교체에 보고 누락, 알력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데일리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안보실장 교체, 내부선 이미 논의된 듯

먼저 그간 대통령 순방 과정에서 일어난 혼선과 잡음으로 인해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이 꾸준히 돌았지만, 최근 대통령실 안팎에서 불거졌던 방미 일정 조율과정에서의 문제점이 결정적인 교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김성한 안보실장의 사의를 오늘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5시3분께 본인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약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사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나아가 대통령실은 조태용 주미대사를 신임 안보실장으로 내정하고 다음날 임명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실은 전날(28일)까지도 김 실장 교체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날 김 실장의 사의를 밝히고, 후임자 내정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대통령실 내부에서 안보실장 교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안보실장의 전격 사퇴 혹은 교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결심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더 적합한 해석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12년 만의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안보라인 수장의 교체는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 실장과 윤 대통령은 대광초등학교 동창인데다, 대선 과정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안보실장 교체를 결단할 ‘중대 사유’가 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부정적 여론도 작용?

최근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돌연 물러나면서 안보실장 교체설도 불거졌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 조율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와 관련된 중요 일정이 누락됐고, 이에 윤 대통령이 뒤늦게 보고받고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인게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가 참여하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31일 윤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 계기 블랙핑크-레이디가가의 합동공연은 없을 거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대통령의 방미 행사 일정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 행사 관련 일정 누락 부분이 국빈방미를 한 달 앞두고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이에 대통령실 내 내부갈등문제, 대통령실과 외교부 간 소통문제, 미국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율문제, 한미·한일 정상외교를 전후해 나온 잡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핑크 문화 행사 보고지연은 표면적인 이유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김 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갈등설도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부분인 만큼 이번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아울러 김 실장을 주축으로 한 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과 소통 부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보안 등을 이유로 안보실이 일정, 의제 등을 비서실과 공유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불만이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 한일 정상회담 이후 긍정적인 성과보다 부정적인 면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외교·안보 라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 때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서 토니 블링컨 현(現) 국무장관과 함께 북핵문제를 논의한 경험이 있는 조태용 주미대사가 안보실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적임자로 떠오르면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신임 실장의 임명으로 안보실장 교체 인사는 일단락됐지만, 정부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잡음이 터져나온 외교안보라인을 우려하는 시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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