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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 정도면 떡을 치죠” 한마디에 싸해진 분위기… 또 문해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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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 네티즌이 "이 정도면 떡을 치죠"라는 말에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사연을 전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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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떡을 치죠.” 한마디를 했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문해력 저하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해 한 카페에서 사과문에 ‘심심(甚深)한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가, 일부 네티즌이 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동음이의어로 잘못 이해하면서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일었다.

트위터 이용자 A씨는 지난 28일 “얼마 전 누군가 모임에서 ‘이 정도면 떡을 치죠’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부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 그 분 민망할 것 같아서 ‘자자 다 같이 머리 씻는 시간을 갖죠’라고 말했다”라는 사연을 전했다. 모임 중 한 명이 ‘양이나 정도가 충분하다’는 뜻에서 ‘떡을 치다’라는 관용구를 사용했는데, 대다수가 이를 ‘남녀가 성교하는 모습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잘못 이해해 민망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야한 생각을 지워버리자’는 뜻에서 “머리 씻는 시간을 갖자”고 농담을 던지자, 모두가 웃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글은 올라온지 나흘만에 80만회가 조회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리트윗도 약 3500회 이뤄졌다. 대부분 ‘심심한 사과’ 문해력 저하 논란이 재점화됐다는 의견이다. 비슷한 사연을 공유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얼마 전 똑같은 말을 했다가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는 지적을 받았다” “심심한 사과를 잘못 알아들었던 일화 같은 거 보면 그냥 정제된 표현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이 말을 얼마나 가볍게 변질시키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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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사과' 뜻을 오해한 트위터 이용자들./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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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8월, ‘심심한 사과’가 문해력 저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카페 측이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발단이었다. 일부 네티즌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여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이를 두고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해당 사안은 국무회의에서까지 언급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며 “부처들이 협업해서 추진하고,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관련 논란은 지속해서 나왔다. 지난 1월에는 레퍼 노엘(본명 장용준)이 새로 발표한 노래에서 “하루 이틀 삼일 사흘”이라는 가사를 썼다가, ‘사흘’과 ‘나흘’을 혼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나씩 날짜를 늘려가는 가사 흐름대로라면 사흘이 아닌 나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흘은 3일째 되는 날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4일은 ‘나흘’, 5일은 ‘닷새’, 6일은 ‘엿새’, 7일은 ‘이레’, 8일은 ‘여드레’, 9일은 ‘아흐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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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SNL 시즌 3 'MZ 오피스' 코너에서 문해력 저하 논란을 풍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쿠팡플레이


이외에도 ‘금일(今日,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을 금요일로, ‘고지식’을 높은(高) 지식으로 잘못 이해했다는 사연이 잇따라 전해졌다. 최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3′의 ‘MZ 오피스’ 코너에서는 문해력 저하 논란을 풍자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신입 직원은 “십분(十分, 아주 충분히) 이해한다”는 상사의 말을 잘못 이해해 “십분 이해요?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저희를 얼만큼 이해하신다고”라며 반박한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의 국어 시수를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늘려 문해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교육과정 개편 시안을 내놨다. 경기 고양시는 지난 30일 EBS와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협력해 시민들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읽는 시민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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