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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프]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최악의 헛발질…'비리 축구인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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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최악의 헛발질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뜬금없이 '비리 축구인 사면'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습니다.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가운데 축구협회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2명을 제외한 48명도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축구협회가 징계 대상자를 사면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입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 성과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이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지금부터 조목조목 따져보겠습니다.

'상급기관 대한체육회'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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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2020년 10월 23일 제40차 이사회를 열고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개정했는데, 징계 감경 적용에서 다음의 4대 비위 행위는 제외했습니다. 즉 직무와 관련한 금품 수수 비위 및 횡령-배임, 체육 관련 입학 비리, 폭력-성폭력, 승부조작-편파 판정 4가지입니다.

대한체육회는 개정 내용을 담은 공문을 2020년 10월 30일 모든 산하 경기 단체와 전국 시도체육회에 발송했습니다. 당연히 대한축구협회도 이날 이 공문을 접수했습니다. 대한체육회 산하 거의 모든 경기 단체들은 이 조항을 자신들의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엄연히 대한축구협회의 상급 기관인데도 축구협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고등법원이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은 셈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2017년부터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관련 규정'도 무시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대한빙상경기연맹, 대한핸드볼협회 등 거의 모든 경기 단체들은 자체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통해 "4대 비리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추후 사면과 복권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는 아예 이런 조항이 없습니다.

반대로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제24조에 있는 "사면권의 발의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고유 권한으로 협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한다"는 조항입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4대 비리로 징계가 확정된 선수-지도자가 추후에 구제를 받으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기소가 되지 않았을 경우. 둘째, 무죄 판결이 났을 경우. 셋째, 시효나 범죄 구성 요건의 기준이 바뀌었을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축구협회로부터 사면받은 대상자 가운데는 이미 과거에 유죄가 확정된 사람도 있습니다. 즉 구제될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 사면을 남발한 셈입니다.

'프로축구연맹 의견'도 무시했다



승부조작 사건의 피해를 본 당사자인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축구협회의 사면 결정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습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우리는 사면 안 했다, 현재 사면할 계획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대한축구협회가 승부조작 징계자 감면과 관련해 연맹의 의견 제시를 요청했을 때 연맹은 사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대한축구협회는 사면을 강행했습니다.

'승부 조작 중대성'을 무시했다



피트 로즈, 랜스 암스트롱, 타이거 우즈.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슈퍼스타들입니다. 한편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럼 3명의 스포츠 스타 가운데 가장 큰 죄를 지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미국인들은 단연 피트 로즈를 꼽고 있습니다. 불륜을 저질렀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가장 관대한 편입니다. 금지약물 복용을 시인했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돈과 명예를 모두 잃었습니다. 고환암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그를 존경해 온 사람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암스트롱보다 미국인들이 더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메이저리그의 전설' 피트 로즈입니다. 로즈는 통산 4,256개의 역대 최다안타를 비롯해 메이저리그에서 수많은 대기록을 작성했지만 승부에 얽힌 도박으로 영구 퇴출됐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농구스타 출신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도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됐습니다.

이처럼 승부 조작은 용서받을 수 없는 무거운 죄입니다. 승부 조작은 스포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축구팬'마저 무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 성과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차원이라고 사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승부조작 사건을 일으킨 인사들을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유로 사면키로 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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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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