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김기문 "예금금린 토끼뜀박질, 대출금린 거북이걸음…은행 노력 부족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뷰]경제 5단체장 사상 첫 민선 4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日은 소부장·韓은 ICT '윈-윈' 가야…노사간 균형점도 찾을 때"

뉴스1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대담=진희정 산업2부장 장도민 김민석 기자 = "예금금리 떨어지는 건 토끼 뜀박질인데 대출 금리는 거북이걸음이에요. 금융권이 자기들 안위만 생각한다면 경제를 살리는 데는 도움이 안 될 겁니다."

경제 5단체장 중 사상 처음으로 4선 회장에 오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말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연 7% 육박한 대출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현실에 "기업들은 쓰러지는데 은행들은 자기 안위만 생각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은행 간 수평적이지 않은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기자회견을 연 이후 당국의 압박강도가 높아졌고 일부 은행들이 상생방안을 발표하고 대출 금리를 일부 낮춘 건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보증재원의 승수효과로 지원규모 부풀리기, 생색내기에 불과한 수수료 면제도 있는 것을 보면 상생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출 86%는 담보·보증 대출인데 기업대출 금리를 계속 올리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펀더멘털(거시경제지표)가 굉장히 좋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도 연체율과 부채율이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예대금리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은행의 상생노력을 평가하는 상생 금융지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뉴스1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제27대 중기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4대 정권에 걸쳐 경제단체장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도 중기중앙회장 12년 재임의 경험치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부한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시한 달성업적을 뒤로하고 탄력근로제 해법, 기업승계제도 요건 완화, 중소기업 성장플랫폼으로서 협동조합 활성화, 중소기업 금융정책 선진화까지 앞으로 4년의 로드맵도 마련했다.

최근엔 윤 대통령의 일본 순방 일정(16~17일)을 동행하며 중소기업 차원서의 한·일 민간 교류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간다면 경제협력에 따른 성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다.

김 회장은 "지난 방일 때 만난 자민당 대부이자 지한파인 니카이 도시히로 의원은 '한국과 일본의 과거역사는 역사박물관에 맡기고 우리는 100년, 200년 앞으로 번영해 나가자'라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면서 "그의 말대로 과거사로 싸우면 한·일 모두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양국 관계가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우리나라 식품 수입은 매년 두 배로 늘었다"면서 "일본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양국이 정치적으로 잘 타협해 기업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대일 무역에서 수출·입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소재·부품 분야다. 그는 일본중소기업연합회와 업무협약 등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이 일본의 원천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현지 공장 방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국산화해야 한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몇 십 년, 몇 백 년에 걸쳐 발전시켜온 원천기술을 따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반도체 원천기술과 일부 소재는 아직은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래가 단절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산업도 지장을 받는다"며 "우리 중소기업들은 일본산 소재를 가공해 판매하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가 많아 같이 가면서 윈-윈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ICT 분야에선 일본을 또 월등히 앞서지 않느냐"며 "일본 젊은이들은 네이버의 라인이 일본 기업인 줄 안다. 네이버가 일본의 젊은이 빅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소부장으로 우리 기업을 돕고, 우리 기업은 ICT 데이터로 일본기업을 돕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윈-윈 아니겠나"고 말했다.

뉴스1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윤 대통령의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발언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명징하게 답했다.

월 최대 69시간 근로는 노사 간 합의 하에 이뤄지도록 돼 있고 개인에 근로여부 선택권을 보장하는데 MZ세대들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MZ세대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근로 시간 연장은 개인의 동의를 전제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이 연장근로를 해도 본인은 집에 일이 있거나 건강이 안 좋아서 못 하겠다하면 안 하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지금은 개인 차원이라도 연장근로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강제로 일을 시킬 수 없는 게 보편적인 분위기"라며 "단지 회사가 바쁠 때는 일(연장근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데 그런데도 개인의 사정에 따라 못하겠다 한다면 그것도 이해한다는 것이어서 논쟁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뉴스1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계 숙원으로 14년만에 법제화한 납품단가(납품대금) 연동제의 안착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대·중소기업간 상호 합의로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 탈법·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선 쪼개기 계약의 대표유형을 탈법행위로 구체적으로 추정해 합의 강요를 막아야 한다"며 "원재료 외 전기료 등도 수·위탁기업 간 합의시 연동대상에 포함하고, 규모·업종별 특수성 고려해 연동제 혜택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유례없는 복합위기를 기업들이 극복해 나가려만 한쪽으로 기울어진 노사 관계가 되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지론을 펼쳤다.

"중소기업들을 대표하는 장으로서 현 정부의 자유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기조가 무척 반갑다. 전 정부가 근로자 중심의 정책을 많이 펼쳐놨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위한 정책만 펼치면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망하게 된다. 근로자가 없인 기업도 없는 것이어서 근로자도 소중하다.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 한다. 노조도 이젠 거리에서 투쟁하지 말고 일터로 돌아와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약력

△1955년 충북 증평 출생 △1988년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 창업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초대회장 △서울대·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충북대 명예경제학박사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 △제6대 관세행정발전심의위원장 △제23·24·26대 중기중앙회장

ideae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