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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헛발질도 한 번이면 충분…승부조작범 무더기 사면 후 뭇매 맞은 축협, 재심의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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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도 한 번이면 충분하다.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는 지난 30일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 위해 31일 오후 4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다. 임시 이사회는 이번 결의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신속한 재논의를 위해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축협은 지난 28일 우루과이전을 1시간여 앞둔 상황에서 승부조작범 48인을 포함한 축구인 100명을 사면 조치했다. 여기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

헛발질도 한 번이면 충분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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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은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습 발표였다. 축협조차 이러한 결정이 떳떳하지 못함을 스스로 시인한 듯했다. 심지어 우루과이전 이후 김민재의 인터뷰가 이슈화하며 그대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축협은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사면 의결에 대한 Q&A를 게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반응은 좋지 않았다. 사면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했고 변명에 불과한 답변만 이어졌을 뿐이다.

더불어 사면 조치를 받은 축구인 100명의 명단을 밝히지도 못했다. 축협은 “공정위원회 결과를 공표할 때 징계 대상자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면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곧 징계 혐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되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축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브로커 역할을 한 몇몇 사람들을 제외, 대부분의 승부조작범들을 사면 조치했다고 볼 수 있다. 최성국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축협은 31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이번 축구인 100명 사면 조치에 대해 재심의한다. 여론과 언론의 계속된 압박, 그리고 축구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마저 사면 결정 즉각 철회, 사과를 요구해 일단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또 ‘붉은악마’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A매치 보이콧, 항의 집회 등의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축협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차례다. 이미 승부조작범과 같은 이들을 사면 조치할 어떠한 규정도 없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이다. 축협의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가 설명했다. 구제 조치조차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 및 법원의 무죄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대체 어떤 근거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축협은 과거 다른 스포츠가 승부조작과 관련한 이들을 복귀시키려다가 어떻게 끝났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사면 조치를 고수한다면 그때의 헛발질은 돌이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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