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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면 취소'하고 끝?…KFA 이사회, 국민 납득할 '추가 조치' 내놔야 [기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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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한국 축구가 아닌 '100인'을 위한 사면이었다. 구렁이 다 넘어가듯 일을 저지르다 딱 걸린 '꼼수 사면'은 이제 부메랑이 돼 대한축구협회(KFA) 수뇌부를 겨냥하고 있다.

KFA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우루과이전 직전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며 16강을 축하하기 위해 비위 행위자들을 용서한다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웠다.

우루과이전 불과 2시간 앞두고 경기장 한 켠 '쪽방'에서의 회의를 통해 발표된,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대상이 누군지도 모르고 왜 선정됐는지 설명도 없다. KFA 이사회는 우루과이전에서 팬심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으니 아무 일 없이 넘어갈 것으로 여긴 모양이다.

KFA는 "이사들이 A매치를 기회 삼아 자주 모이곤 했다"는 변명까지 내놨지만 오얏나무 아래 갓끈 고쳐쓴 격으로 볼 수밖에 없다. 팬과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이 따위 상식밖의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정몽규 KFA 회장을 비롯해 이사들의 사고 방식을 들여다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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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광복절 혹은 성탄절 특사(특별사면)를 내릴 때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사면심사위원회, 그리고 국무회의를 거쳐 대상자를 확정하고 사면 절차를 거친다. 게다가 여론의 추이도 살핀다. 지난해 광복절 기업인 사면 및 복권 때도 불성실한 수감 생활로 지탄을 받은 기업인에겐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정말 국민들이 납득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로만 아주 소수로 선정해 사면하고 복권했다.

그런데 KFA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조직이 아닌가보다.

어떠한 낌새조차 없이 단 한 번의 이사회, 그것도 단 한 시간 만에 중대한 사안을 결정한 이번 KFA 이사회는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일이 커지자 "이들이 사면받는다고 하더라도 지도자나 심판, 임원으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는 등 자가당착 같은 변명까지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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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는 이사회 의결 사흘 만인 31일 오후 4시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 이번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임시 이사회를 급하게 연 만큼,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해 '16강 축하 사면'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흘간 대다수의 언론, 붉은악마, 각 구단 서포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똘똘 뭉쳐 '16강 사면'을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향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들과 그들의 아들과 딸이 정해진 규칙 아래 양심을 걸고 싸워야 하는 스포츠 세계를 배우지 못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하거나 각종 비위에 물든 인물들 아래서 축구를 익히고 그들의 관리를 받을 뻔했다.

31일 이사회는 '16강 축하 사면'을 얼렁뚱땅 철회하고 '없던 일'로 만드는 회의가 되어선 안된다. 도대체 누가 이런 안건을 기획하고, 받아들였으며, 의결했는지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드러내야 한다.

흔해 빠진 정몽규 회장의 사과 갖고도 팬들의 분노를 달래기 어렵다는 얘기다. 31일 이사회 결과와 조치를 분노에 찬 축구팬들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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