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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년 만에 팬과 함께한 KBO 미디어데이 사과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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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진행된 2023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 팀 감독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두산 이승엽 감독, 삼성 박진만 감독, KIA 김종국 감독, LG 염경엽 감독, SSG 김원형 감독, 키움 홍원기 감독, KT 이강철 감독, NC 강인권 감독, 롯데 래리 서튼 감독,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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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그랜드하얏트서울=장강훈기자] “목표는 1등”을 외친 KBO리그 10개구단 사령탑과 대표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분위기 자체도 화기애애한 편이었다.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팬들도 미소 가득이었다. 그런데도 알맹이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축제를 만끽할 준비가 됐는지에 물음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2023 KBO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10개구단 사령탑과 각팀 대표선수 두 명 등 총 30명이 단상을 채웠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팬도 객석(410명)을 채웠다. 생중계로 송출돼 안방과 손안으로 실시간 전달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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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원형 감독(가운데)과 한유섬(왼쪽), 최지훈이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진행된 2023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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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SSG 김원형 감독은 “팬들의 엄청난 응원 덕분에 최상의 결과를 냈다. 올해도 한국시리즈라는 긴장감, 짜릿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열심히 하겠다”고 타이틀 방어 의지를 드러냈다.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한 번도 꼽히지 않은 두산 이승엽 감독은 “냉정한 지적 감사하다”는 말로 재치있는 입담을 꺼내든 뒤 “포기하지 않고, 기본을 지키는 야구를 하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초보사령탑’ 삼성 박진만 감독 역시 “열정적이고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는 말로 ‘우승 목표’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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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가운데)과 김선빈(왼쪽), 김도영이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진행된 2023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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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입담도 위트넘쳤다. KIA 김도영이 “우승하면 세차해주겠다”고 말한 게 “새차 사주겠다”로 와전되기도 했고, LG 오지환은 우승하면 11월 1일 결혼식 사회를 봐달라는 팬의 요청에 “포스트시즌 진출여부와 관계없이 사회 보겠다”고 화답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실제로 오지환은 행사 직후 해당 팬의 연락처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남다른 팬서비스 정신을 과시했다.

정규시즌 개막 미디어데이는 새시즌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표출하는 행사다. 팬에게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이 찾아와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금 잔인하게 표현하면 ‘모객행위’로 볼 수도 있는데, 올해는 맥이 빠진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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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진행된 2023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 팀 대표 선수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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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와 별개로 KBO리그 내에 추문이 나온 탓이다. 롯데 투수 서준원은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사진을 요구해 검찰에 기소됐고, KIA 장정석 단장은 프리에이전트(FA) 권리 취득을 앞두고 있던 포수 박동원(현 LG)에게 이른바 ‘뒷돈을 달라’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져 해임됐다.

WBC 졸전으로 고개를 숙인지 보름여 만에 상상도하지 못한 사고가 터졌으니 분위기가 좋을리 없다. KIA 김종국, 롯데 래리 서튼 감독 등은 행사 내내 표정관리에 신경써야했고, KT 이강철 감독도 “올해는 매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이 아닌 삼성, 한화가 가을잔치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으로 리그 흥행 점화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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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이강철 감독(가운데)과 박경수(왼쪽), 강백호가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진행된 2023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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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팬 사인회, 미디어 인터뷰 등에 최선을 다했다. 팬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시절 체득했는데, 일련의 사건이 잇달아 터져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도 읽혔다.

일각에서는 “KBO리그는 사건사고가 잦아도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다”는 말로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600만명은 야구장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대표팀이 졸전하든, 구단 단장이나 선수가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야구를 사랑하는 팬은 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는 게 과거 사례에서도 증명됐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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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 감독(가운데)과 허경민(왼쪽), 양의지가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진행된 2023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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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KBO는 미디어데이를 조금 더 세밀하게 설계했어야 했다. 구단이 발빠른 대응으로 문제된 인사를 퇴출했지만, 이것과 별개로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제스처가 나왔어야 했다. 미디어데이에 앞서 한자리에 모인 감독들이 팬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얘기도 들렸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팬 퍼스트’를 최고 가치로 삼겠다던 KBO 허구연 총재는 행사장에 참석하고도 침묵했다. ‘올시즌 달라지는 것들’을 발표할 때 품위손상을 포함한 사건사고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보이지 않았다. 모처럼 팬과 함께한 미디어데이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 이유다.

만우절에 팬을 찾아가는 KBO리그가 개막전 터진 악재를 거짓말처럼 이겨내고 흥행폭탄을 터트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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