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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연경은 아무튼 해냈고, 관건은 세터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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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원정(좌)-김다솔ⓒ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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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를 찾을까?

지난 29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1(27-25, 25-12, 23-25, 25-18)로 누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옐레나가 32득점(공격성공률 45.90%)으로 1세트부터 4세트까지 팀을 떠받쳤다. 평균 1세트당 8득점씩 올려주며 틀을 단단히 잡았다.초반 김연경이 리듬을 잠깐 잡지 못할 때 옐레나는 묵묵하게 용병으로써의 몫을 해냈다.

마크당하며 초반 공격점유율이 낮았던 김연경은 3세트부터 8득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4세트에만 공격성공률 70%을 넘겼고 리시브효율 100%를 기록하며 11득점으로 날아올랐다. 총 26득점(공격성공률 45.1%)을 올렸다.

상대 도로공사는 경기 전 선수단의 컨디션 난조를 알렸고, 미들블로커 배유나는 특히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김종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배유나가 열이 났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흥국생명 역시 전체적으로 공격수들이 알아서 길을 텄던 경기였다. 길게 쉬고 나온 세터들의 운영이 크게 불안정했다.

김연경에 이어 가장 주목받았던 이원정도 이 날 쉽게 자기 리듬을 찾지 못했다. 이원정은 지난 2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뒤 한 달 가까이 경기를 쉬었다. 훈련에는 꾸준히 참여했지만 실전감각에 눈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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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원정(좌)에게 김연경이 토스 높이를 지시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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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전 "김다솔과 이원정을 번갈아 기용한다"는 말로 이원정이 아주 완벽하게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상태임을 넌지시 알렸다.

1, 2세트 흥국생명은 옐레나에게 기대어 가는 형국이었다.아포짓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캣벨의 블로킹에 대비해 김연경에게는 볼이 적게 갔다. 이원정은 선발로 나서서 김미연, 김연경, 옐레나 등 여러 공격수들을 활용하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이원정의 백토스는 볼 끝이 죽은 채 어렵게 떴다. 전위 토스 역시 흔들렸다. 옐레나는 파워를 이용해 겨우 점수를 뚫어왔다. 김연경은 초반 몸이 풀리지 않았는지 1세트 5득점에 공격성공률 25%를 기록했다.

김연경은 1, 2세트 도합 7득점(공격성공률 24%)을 기록했다. 2세트 13-8로 앞선 상황에서 세터 김다솔이 투입되자 김연경의 공격시도 기록이 사라졌다.

김다솔은 옐레나의 점유율을 대폭 높였다. 문제는 토스였는데 네트에 붙여서 너무 낮게 때리거나 리시브 된 볼을 너무 급하게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옐레나는 파워를 이용해 후위공격으로 상대를 뚫어 점수를 내왔다. 혹은 공격수들이 네트에 거의 몸을 비비며 공격을 넘기려는 모습이 보였다. 상대의 수많은 범실과 수비 실패에 힘입어 점수를 크게 벌렸지만 양 팀 모두 경기력이 아주 안정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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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다솔ⓒ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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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김연경의 토스가 옐레나의 공격을 더 잘 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김다솔은 3세트부터 김연경의 점유율을 늘렸지만 토스가 너무 낮아 상대에게 막혔다. 20-23으로 뒤쳐진 상황에서 이원정이 대체투입됐으나 결국 세트를 내줬다.

4세트 초중반 이단연결이 눈에 띄는데 모두 김연경을 활용하고 있다. 김미연과 김나희의 토스가 모두 자연스럽게 김연경에게 올라갔다. 이원정도 점점 김연경의 활용을 높였다. 김연경은 마지막 세트를 밀어붙여 결국 완승으로 끝냈다.

이 날 경기는 전체적으로 김미연의 공격과 리시브, 김해란의 디그가 준수했고 옐레나가 초반 기세를 잘 붙잡았다.

흥국생명의 1, 2세트는 팀에 '김연경이 없었다면'을 보여주는 예시였다. 네트를 넘기 힘들정도로 낮은 토스로 장신의 옐레나(196cm) 한 명을 1~4세트 내내, 시즌 내내 활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흥국생명은 윙의 화력에 비해 중앙이 약하다. 때문에 윙을 적극 활용해야 경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이원정이 '복덩이'로 불리는 이유는 공격성공률이 높은 김연경의 점유율을 높이 가져가며 토스를 힘있게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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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옐레나(좌)-이원정ⓒ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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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다솔은 김연경보다 옐레나의 점유율을 훨씬 크게 가져가며 상대에게 어느정도 패턴이 읽힌다. 여기에 흔들리기 시작하면 토스 높이가 한없이 내려간다. 해당 유형의 공격이 차단당하면 어택커버까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다음 시즌에도 김연경이 이 팀에서 함께 뛴다해도 사실 마냥 '다행'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현실적으로 김연경이 40, 50세까지 흔들리는 토스와 함께 흥국생명에서 날아줄 수는 없다. 디그를 꽉 잡고있는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흥국생명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과 비슷한 그림이다. 일단 올리면 어떻게든 처리해주는 해결사가 있기에 지난 시즌 꼴찌에서 올해 챔프전까지 오를 수 있었다. 뒤집어 말하자면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나가면 다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잘하는 한 명만 배구를 할 수는 없다. 공격수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운영을 펼쳐야 한다.

장기적으로 윙 공격수들을 꾸준히 키움과 동시에 세터가 진짜 '해결사'가 되어야한다. 미들블로커, 아웃사이드 히터, 아포짓스파이커 등 어떤 공격수라도 해결사가 될 수 있는 토스를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됐다.

1차전은 힘겨웠던 이원정과 김다솔이 2차전부터 다시 '복덩이'가 될 수 있을까?

한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오는 3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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