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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오페라, 안 본 사람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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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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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공연에선 '전 석 매진'이라는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6월에 선보였던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에 이어 11월 '리골레토'까지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사회자 신동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던 갈라 콘서트는 대극장에서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흥행을 거뒀다. 모두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50)이 부임한 이후 일어난 변화다.

"맡는 공연마다 좋은 결과를 거둔다고 주변에서 '완판녀'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어요. 앞으로 하는 공연들도 꼭 다 '완판'시키고 싶네요. (웃음)"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박 단장은 최초 타이틀을 여러 개 거머쥔 인물이다. 그는 서울시오페라단 최초의 여성 단장이자 최초의 비서울대 출신이며, 현역으로 활동하는 성악가가 단장 자리에 오른 것도 처음으로 꼽힌다.

단국대 성악과 교수로 13년째 강단에 서고 있는 그는 서울시오페라단장을 꿈꾼 계기에 대해 "교수 정년인 65세까지는 제자들만 열심히 가르칠 생각이었으나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며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공모가 뜨고 한 달 동안 아나운서 학원까지 다니며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준비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취임 1주년을 갓 넘긴 그가 남은 기간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단연 오페라의 대중화다. 박 단장은 "한국 성악가들은 세계에서 이미 최고 수준"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가장 좋은 재목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지만 국내 클래식 시장이 해외보다 특별히 활발하지는 않다"며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 온 국민이 오페라의 진미를 알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실제로 그가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노력한 점도 대중이 오페라에 대해 느끼는 장벽을 낮추는 것이었다. 관객 외연을 확장시키고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기부자모임 '울림 후원회'를 설립했다.

"취임 직후에 예산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코로나19 사태로 삭감된 터라 공연을 하기엔 부족한 수준이었는데 난관을 헤쳐나갈 방법을 떠올리다가 만들게 됐습니다."

1년에 최소 100만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금액을 기부한 후원 회원에게는 정기공연 할인 티켓과 오페라 작품 강좌를 비롯해 성악가가 직접 자리하는 수업까지 제공했다.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3개월 만에 8000만원이라는 거액 모금을 달성하기도 했다.

30일 개막한 모차르트 '마술피리'도 장벽을 대폭 낮춘 작품이다.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김기훈, 황수미, 양준모, 김순영 등 스타 성악가들이 캐스팅됐을 뿐만 아니라 기존 오페라와 달리 판타지 영화가 주는 신비로움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뮤지컬 '이프덴' '젠틀맨스 가이드'를 책임졌던 조수현 연출이 합류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최근 공연계가 본격적인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국면을 맞이하면서 서울시오페라단도 바쁜 하반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해마다 키워드를 정해 공연 작품을 선정해온 오페라단은 올해 '행복'에 이어 내년엔 '만남'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모든 관객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과 오랜 거리두기 끝에 모두가 재회하는 만남이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겼다. 9월에는 뉴욕 센트럴파크 여름 연주회처럼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 공연을 계획 중이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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