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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론]반갑다,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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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언론 변혁의 중대 계기

신기술·시스템 수용 더딘 언론이지만

과거 주도권 놓친 실책 되풀이 말아야

아시아경제

무선 전화기를 처음 손에 넣던 날, 동전 두 개 쥐고 공중전화 차례를 기다리던 괴로움은 이제 끝이라며 기뻐했다. 선배들은 손으로 쓰던 원고를 키보드에 입력하게 된 게 훨씬 큰 혁명이었다고 맞받아쳤다.

이후로도 우리 언론인들은 다양한 신기술 등장을 목격했고 그때마다 언론의 위기니 종말이니 하는 걱정과, ‘써보니’류 기사 속 기대감이 공존했다. 언뜻 생각해 보면 노트북이 지급되던 날, 스마트폰 하나로 검색이나 촬영·녹음 등 필수 업무들이 가능해진 일도 언론 그 자체의 모습을 바꿔버린 일대 사건들이었다.

서술한 변화에 버금가는 혹은 더 충격적인 놈이 등장했다는 말을 최근 많이 듣는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각종 보고서를 뒤져보고 GPT에게도 물어보니 이렇게 요약된다.

대표적 악영향은 일자리 감소 그리고 신뢰성 문제다. 하지만 필자가 어느 정도 GPT의 위대함에 경도돼 있다 치더라도, 두 위험성은 인간의 힘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전문직이나 마찬가지로 기자 역시 매일 단순 반복 업무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누군가 대신해주면 좋을 자료 수집에도 큰 에너지를 쏟는다.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 효과는 위기임과 동시에 거꾸로 언론인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

정보 신뢰성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언론인센터(IFCS) 보고서가 "GPT 옆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한 조언으로 충분하다. GPT가 제공하는 정보를 인간이 이중 확인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언론인은 믿을 만한 출처로부터 얻은 정보라도 이를 재확인하는 작업에 익숙하며 그렇게 하라고 교육받는다. 결국 GPT와 공존하는 언론의 미래는 언론인이 어떻게 현명하게 신기술을 이용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며, 이는 GPT 활용이 가능한 모든 직업 영역에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일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장점도 몇 가지로 압축된다. 예컨대 GPT는 대량의 자료를 검색·요약·번역해 주며 사실 확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이 선택한 단어나 문장을 대신할 대안이나 영감도 제공할 수 있는데 이는 기사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뷰를 준비할 때 인물 정보를 정리해 주거나, 그에 기반해 GPT가 적당한 질문거리를 제안해준다면 기자는 한 번쯤 참고해서 손해 볼 일이 없다.

기사 초안 작성이나 마지막 단계에서 오류를 잡아주는 데도 유용한데 이런 것들은 기자들이 속칭 ‘2진’이라 부르는 후배 기자를 곁에 두고 일하는 편리함과 흡사해 보인다. 다만 잠재된 저널리즘 파괴 가능성이 더 클 것이냐는 게 관건이며, 만일 그렇다면 언론인들은 GPT 도입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 분명하므로 지금부터 고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언론은 새 기술이나 시스템 도입에 수동적이라 ‘늦게 변하는 대표적 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GPT가 언론 본업과 수익모델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는 개별 언론인이나 언론사 차원에서 답해내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는 사이 철저한 상업적 의도를 가진 영역이 주도권을 쥐어버린다면 이는 포털에 종속된 언론의 비극을 반복하는 두 번째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언론인과 언론단체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는 비교적 자명하다. 우리는 GPT를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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