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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국은 괴이한 더블A 수준… 이상한 운동장의 나라, 외국인들의 조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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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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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블A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데…”

이전에 “한국야구가 미국 마이너리그와 비교할 때 어떤 수준인가”라고 물었을 때,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전체적으로는 트리플A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고, 더블A보다 조금 낫거나 그 수준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을 한 이유는 KBO리그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특이성이 많다”고 했다.

특이성이라는 건 어마어마하게 많은 레벨들이 1군이라는 한 바구니에 묶여 뛰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 1군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국으로 따지면 루키 레벨의 선수가 있다. 이제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싱글A급 선수도 있는가 하면, 트리플A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있고, 일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레벨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뛰기에 평균적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는 KBO리그의 육성이 다소 더딘 이유를 어렴풋이 설명하고 있을지 모른다.

KBO리그는 공식적으로 1군과 퓨처스리그(2군)를 운영한다. 대략적으로 나누면 1군은 성적, 2군은 육성과 조정을 위해 편성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2군 운영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육성을 하려면 육성을 할 선수들을 모아놓고 뛰게 해야 하는데, 2군에는 1군 콜업을 대기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이 선수들은 1군에 올라가기 위한 결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팀도 1군 성적을 위해 이 선수들을 대기시켜야 하니 우선적으로 출전 기회를 부여한다. 팀이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몇몇 유망주들이 아니라면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아직 기량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루키 레벨 선수들이 2군에서 싱글A 혹은 더블A급 선수들과 경기를 하다 보니 생기는 언밸런스도 있다. 성공보다는 좌절의 경험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인사들은 조금 더 리그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린 선수들이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육성 시스템을 두루 경험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미국 야구는 실패를 하게끔 격려를 하고, 실패를 해도 계속 칭찬을 하고 기회를 주는 게 장점이다. 선수 또한 결과보다 프로세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했다. 현재 KBO리그의 2군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에도 마이너리그 시스템이 조금 더 확대되면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동주가 김서현이 서산에서 상대해야 할 선수는 고등학교 선수가 아니라 28~30세의 베테랑 선수들, 그리고 주전 싸움을 하는 베테랑 선수들이다. 노련미가 있고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상대하면 되는지 아는 선수들”이라면서 “어린 선수들이 그동안 쌓았던 자신감이나 본인의 신념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손실이 많다. 이상적으로 생각했을 때 2~3개 정도의 리그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소신을 밝혔다.

한국에서 직접 퓨처스리그를 경험한 래리 서튼 롯데 감독 또한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는 루키 선수들만 뛰는 레벨의 리그가 있다. 그곳은 온전히 육성만 생각하고 과정 또한 어린 선수들 위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상은 높지만 분명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한때 KBO리그는 전체 선수가 100명을 넘어가는 팀이 나올 정도로 선수단이 확장됐다. 이 경우 루키팀(3군) 경기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비용 절감 차원 속에서 최근 대다수 KBO리그 팀들은 3군 경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선수단을 탈탈 털어도 하루 세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서튼 감독 또한 “재정적인 문제, 각 팀마다 루키 리그를 꾸릴 수 있는 선수층이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선수도 더 지명하고, 리그 차원에서 합심이 있어야 정식적인 루키 리그까지는 아니어도 산발적인 교류전이라도 이어 갈 수 있다. 대학 및 아마추어와의 연합도 고려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한창 커야 할 선수들이 퓨처스리그에서도 벤치에 앉아 있는 건 큰 도움이 안 된다. 지금 당장이 어렵다면, 리그 차원에서 장기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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