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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현장 핑계+K리그 엮기…안하는 게 나았던 KFA의 '사면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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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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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승부조작 징계 받은 이들을 포함해 '축구인 100인 사면 조치'를 28일 한국-우루과이전 직전에 이사회 열어 기습 통과, 논란이 불거지자 하루 뒤인 29일 해명이 담긴 입장문을 내놨다.

하지만 KFA는 입장문에서 "사면 받은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면서도 중징계 받은 이들이 지도자나 심판, 임원으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는 등 자가당착 같은 설명을 하고 있어 축구팬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KFA는 자신들의 사면 조치를 따를 수 없다고 밝힌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을 느닷 없이 끌어들이기도 했다.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이날 KFA의 조치에 격분한 것은 물론 '붉은악마'는 사면 조치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KFA엔 부담이다.

KFA는 29일 "이번 사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에 아래와 같이 사면 배경 및 추가 내용을 설명 드리오니,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KFA는 앞서 하루 전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는 말로 100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

이 중엔 지난 2011년 승부조작 사태로 KFA 영구제명 징계를 받고 법정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최성국, 염동균, 권집 등 전 국가대표 선수들도 포함됐다.

12년 전 한국 축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승부조작 핵심 인물들에 대해 KFA가 팬들과 여론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용서를 해준 것이다.

'날치기 사면'이라는 등 여론이 축구계로 화살을 겨누자 KFA는 29일 늦은 시각 사면에 대한 추가 설명을 내놨다.

KFA는 우선 "축구계 대통합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사면엔 오랜 시간 징계로 자숙하며 충분한 반성이 이루어진 징계 대상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가 있다. 아울러 최근 대한체육회에서 승부조작 등 일부 행위에 대하여 징계 감경 및 사면 불가 규정을 삭제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현장의 빗발치는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통 크게 사면을 단행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번 사면 대상자 중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은 벌금형과 집행유예형, 그리고 1년 내지 2년의 징역형 등의 형벌을 받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며 "또한 이 중 27명은 2013년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승부조작 가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고 협회에 징계 감경 건의를 했으나 협회 이사회에서 추인이 거부된 적이 있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끼워넣어 "KFA가 10년 늦게 사면했으니 정당하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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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KFA는 사면 대상자가 지도자, 심판,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엔 선을 확실히 그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렸다.

"KFA의 이번 징계 사면으로 제명 또는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자들의 경우에는 원 징계개시일로부터 이번 사면 확정일까지 유기한 자격정지로 변경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며 "유기한 자격정지 징계자들의 경우 이번 사면 확정일을 기준으로 징계가 종료된다. 처음부터 징계가 없었던 것처럼 모든 권리가 회복되는 '복권'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KFA는 "이에 따라 KFA 등록규정 및 대한체육회 규정에 의거해 이번 사면 조치에도 불구하고 승부조작 징계자들은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담당자로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면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주자고 외치던 KFA의 입장이 글 마지막엔 바뀐 셈이다. 사면에도 불구하고 과거 승부조작 관련자들은 축구계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면 자체를 구렁이 담 넘듯 강행하는 게 목적이다보니 입장문 내에서도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뜬금 없이 사면을 단행한 것도 납득이 되질 않는데, 재기의 기회를 부여한다면서 사면 받은 자들이 지도자, 임원, 심판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재기를 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사면 이유로)현장의 요구를 들먹였는데, 자기 식구들 챙기는 그런 세계를 과연 현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KFA는 팬들이 원하는 사면 대상자 100명 명단 공개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거부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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