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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실탄도 밀입국자도 무사통과…'구멍 뻥뻥' 인천공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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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안에서도, 공항 쓰레기통에서도 '실탄' 발견…유리창 깨고 밀입국자 도주

공항 보안 문제 도마…실탄도 밀입국자도 이번이 처음 아니야

"보안검색요원의 낮은 처우…숙련도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입국거절 승객 살필 인력은 정원 41명 중 현원은 28명"

"인원 부족해 사고 터지면 그땐 늦는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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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최근 실탄들이 여객기 안에 반입되는가 하면, 밀입국자들이 도주하는 등 사건이 잇따르면서 공항 보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과 현장 관계자들은 보안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내에선 실탄이…밀입국자는 유리창 깨고 도주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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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가려던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9㎜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됐다. 수하물 검색대에서는 실탄을 걸러내지 못한데다, 용의자로 지목된 미국인 70대 남성 역시 이미 필리핀으로 출국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불과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6일에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쓰레기통에서 미군이 사용하는 소총용 실탄 1발이 발견됐다. 이마저도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를 수거하다 우연히 발견했을 뿐, 공항 보안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6일 입국 불허 판정을 받은 카자흐스탄인 2명이 송환 과정에서 공항 밖으로 도주한 일까지 벌어졌다.

환승구역으로 이동해 대기하던 이들은 유리창을 깨고 공항 건물에서 탈출, 활주로를 우회한 다음 3.6m 높이의 외곽 울타리를 넘었다. 이들의 동선에는 철조망과 적외선 감시장비, 장력 침입감지 센서 등 3중 보안장비가 갖춰졌지만, 결국 밀입국자들의 도주 행각을 막지 못했다.

당시 울타리 침입감지센서가 작동하자 순찰조와 기동타격대가 6~1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밀입국자들은 유유히 사라진 뒤였다. 도주 후 택시를 타고 대전까지 이동한 이들 중 1명은 범행 후 5시간여 만에 붙잡혔지만, 또 다른 1명은 사흘이 지나서야 검거됐다.

실탄도, 밀입국자도 이번이 처음 아니야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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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려던 20대 태국인 여성이 실탄 5발이 든 여행가방을 들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려다 적발됐다. 해당 여성은 한국에 입국할 당시에도 실탄을 소지했는데도, 당시에는 보안당국이 실탄을 발견하지 못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08년에는 실제 총기를 든 한 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비행기에 탑승하기도 했다. 프랑스 미래기획장관의 경호원인 외국인 A씨가 권총 1정과 실탄을 소지한 채 기내에 탑승했다가 총기소지 금지 규정을 알고 난 뒤 승무원에게 총기를 넘긴 사건이었다. 당시 검색대에는 엑스레이(X-ray) 장비 등이 있었지만 검색 과정에서 총기가 확인되지 않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에서 받은 '항공기 내 반입금지 위해물품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기내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권총 등 총기와 총기구성품, 기타 발사장치, 탄약류가 적발된 경우가 849건이나 됐다.

2016년엔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이 밀입국한 사례도 있다. 중국인 부부는 출국장 출입문 잠금장치를 풀고 공항을 빠져나갔고, 베트남 국적의 남성은 무인자동출입국심사대를 뚫고 밀입국했다.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43시간과 11시간이 지나서야 사태를 파악해 비난을 면치 못했다.

"턱없이 부족한 보안 요원…구조적 문제 해결 안되면 문제 반복"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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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탄 사고와 관련해 인천공항 측은 "보안검색요원의 판독능력 향상을 위해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며 "출국장·환승장에 CT(전산화 단층촬영) X-ray(3D) 장비를 2026년까지 전면 도입하는 한편, 2025년까지 AI(인공지능) 판독시스템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현장을 지키는 보안검색요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러한 보안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항공보안학회 황호원 회장(한국항공대 교수)는 "보안검색요원들은 처우 문제 등으로 이직률도 심한 상황"이라며 "보안업무에 숙달되기 위해서는 몇 달씩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1~2주만에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교통안전청(TSA)소속 공무원이 보안검색요원인데, 우리나라는 인천공항공사도 아닌 자회사에 소속된 민간인에 불과해 권한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기내 실탄 사고의 경우 승객이 실탄을 승무원에게 전달했지만, 승무원이 제대로 처리를 못했다"며 "객실 승무원은 비행기 운항 중 특별사법경찰리의 권한을 갖는데, 8시간의 보안 교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밀입국 문제의 경우, 그 이면에는 인력 부족은 물론 부처 이해관계로 보안관리 권한이 쪼개져 있는 실태가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도주한 카자흐스탄인들은 입국이 거부되자 제2터미널에 있는 출국대기실로 옮겨졌다. 그런데 입국 불허 대상인 이들이 머무른 출국대기실은 개방형으로 운영돼 출입명부만 작성하면 인천공항 환승구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외국인이 대기실을 벗어나 환승구역을 돌아다녀도 대기실 직원이 따로 관리할 수 없다보니 환승구역에서 자연스레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 공항 출국대기실 노동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법무부 소속 공무직으로 전환됐지만, 현재 정원 41명 중 28명만 일하고 있다"며 "낮은 임금으로 채용공고를 내도 인원이 충원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인원도 이직을 고민하는 현실이며, 출국대기실을 나간 인원에 대해서는 관리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입국거절 승객을 출국대기실까지 입실시키고, 출국편이 확정됐을 때 이들을 항공기까지 태우는 모든 과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출입국대기실을 관리하면서 대기실은 법무부가, 탑승부터는 항공사가 관리하는 식으로 쪼개졌다.

황 교수는 "입국거절승객이 대기실에 머무를때는 법무부가 관리하고, 이후 이들을 다시 비행기에 태우기까지는 항공사에 책임을 떠넘긴다며 "공권력이 담당해야 할 문제를 항공사에게 다루라고 하는 이상 보안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공항의 '인건비 절감'과 부처 간 권한 쪼개기가 공항 보안에 구멍을 뚫은 주범인 셈이다. 노조에 따르면 과거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엔 2층 2명, 3층 2명 총 4명의 보안경비 인력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2층, 3층을 모두 1명의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나빠 정원이 부족한데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제한했다"며 "새로운 인력을 투입하려면 이들을 숙련시킬 교육 기간이 필요하니, 노조는 공항이 완전히 정상화되기 전에 정원에 맞춰 운영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지만, 공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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