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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재명이 청렴 내세운 성남시청 내부 CCTV... 검찰 “촬영 안되는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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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정진상 첫 재판서 밝혀

대장동 사건에서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진상(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에 대한 29일 첫 재판에서 검찰이 ‘성남시청 CCTV’가 ‘가짜’라는 수사 결과를 제시했다. 정씨 변호인이 ‘정씨가 근무했던 성남시청 사무실은 돈을 받을 환경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조선일보

서울중앙지검 2023.3.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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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정진상씨의 변호인은 “성남시청 사무실은 뇌물 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민주당 대표)은 뇌물을 가져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성남시청 사무실에)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그 CCTV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돈 봉투를 가져오거나 인사 청탁하는 사람이 많아 설치했다”며 홍보했던 것이다. 정씨는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2013~2014년 성남시청 2층 사무실에서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씨에게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 사무실에 설치됐던) CCTV는 가짜”라고 했다. 검찰은 “성남시청에 확인한 결과, 그 CCTV는 회로가 연결되지 않아 촬영 기능이 없는 모형이었다”면서 “성남시청 내 CCTV에는 관리 연번이 부여되는데, 정씨 사무실 CCTV는 연번 자체가 없었다. 모두 확인된 사실들”이라고 했다. 검찰은 “다른 직원들도 이를 알고 민원인들이 항의 방문을 하러 왔을 때도 휴대전화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며 “정씨 자리는 구석이라 CCTV가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비추는 것이 각도상 불가능한 자리”라고도 했다.

정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씨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정씨에게 ‘CCTV가 시장님(이재명 대표)에게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예전에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정씨가 ‘저거 작동 안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성남시청에 CCTV를 뒀다는 건 (이재명 당시 시장의) 대국민 사기극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CCTV에 대해 “최소한 시장실에 있는 건 가짜고 제가 알기로는 비서실에 있는 CCTV도 가짜가 있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정진상씨는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정씨는 2013~2020년 유동규씨를 통해 대장동 일당이 마련한 뇌물 2억4000만원을 수수하고, 2021년 9월 유동규씨가 압수 수색을 당하기 직전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씨의 변호인은 “유동규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적이 없고,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만배씨가 2014년 6월 정씨와 ‘의형제’를 맺고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게 청탁하면서 정씨 등에게 경제적 이익(대장동 수익 중 428억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는데, 이때는 대장동 사업자 공모가 있었던 2015년 2월보다 7개월 앞선 시점”이라며 “공모도 이뤄지지 않고 사업자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진행했던 대장동 사업을 위해 성남도개공과 민간 업자들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이사회에서도 민간 업자가 수익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런 내용은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4895억원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공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2015년 5월 29일 민간 업자들을 위한 이익 배당 방안 등이 성남의뜰 이사회에서 승인됐다. 하지만 이사회에는 관련 자료가 사전 제공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회 의장은 ‘수천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 사안인데, 이렇게 하는 것은 이사회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외이사도 ‘민간 업자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또 이 대표 공소장에 “무자본·무자력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민간 업자들이 7% 출자금만 내고 수천억원대로 예상되던 이익을 가져가도록 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유착 관계에 있던 민간 업자들이 자의적으로 제시한 수치를 훨씬 넘어서는 막대한 수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소셜미디어, 블로그를 통해 대장동 개발을 ‘황금 이권 사업’ 등으로 표현하면서, 대장동 수익으로 9000억원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동기를 위해 공익적 대안을 희생했다고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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