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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워런 버핏, 유가 상승에 베팅했나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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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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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CEO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8일 셰일오일 회사 옥시덴털 페트롤리움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3월 들어서만 세차례나 이 회사 지분을 샀다. 사실 워런 버핏은 지난 1년 동안 거금을 투입해 옥시덴털 지분의 23.6%를 매입하고, 27.4%를 더 매입할 수 있는 허가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버핏은 이 회사의 무엇을 보고 과감한 베팅에 나선 걸까.

■ 버핏과 석유회사의 인연=워런 버핏과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이하 옥시덴털)과의 인연은 2019년 시작됐다.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는 2019년 3~4분기 옥시덴털이 미국 석유회사 아나다코 페트롤리움의 인수전에 뛰어들자 자금 지원 차원에서 우선주를 매입했다.

버크셔는 2020년 2분기에 그중 일부를 처분하면서 상당한 손해를 봤다. 2019년 3분기 옥시덴털 주식의 평균 매입 가격은 47.28달러, 4분기에는 40.06달러였는데, 2020년 2분기 매각 당시 평균 주가는 15.75달러였다.

워런 버핏이 본격적으로 옥시덴털 지분 매입에 나선 건 2022년 3월 1일이다. 버크셔는 3월 1, 2, 9, 14일 4차례에 걸쳐 옥시덴털 주식을 48~55달러에 사들였다. 버크셔의 옥시덴털 지분율은 보름도 안 돼 14.6%가 됐다.

버크셔는 지난해 5~9월에도 매월 옥시덴털 주식을 사들였고, 지분율을 22.02%까지 끌어올렸다. 그 후 6개월 동안의 침묵을 깨고 버크셔는 3월 들어 3차례에 걸쳐 옥시덴털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현재 지분율은 23.6%다.

이 기간 옥시덴털 주가는 50~75달러 사이를 오갔다. 3월 28일 옥시덴털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9.54% 오른 62.21달러였다. 옥시덴털 주가는 2011년 100달러를 넘겼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10달러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는 버핏의 인수 시점이 아니다.

버크셔는 지분율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일까. 지난해 7월 버크셔는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옥시덴털 보통주를 시장에서 추가 매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보통주 8000만주 이상을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일정 수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동반된 증권)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버크셔가 확보할 수 있는 옥시덴털의 지분은 전체의 50%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의문이 하나 있다. 버핏은 왜 옥시덴털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힘을 쏟는 걸까.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유가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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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핏과 국제유가=29일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3.63달러다. 2020년 코로나19 직후 WTI 선물 가격은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급감이 예상되며 한 때 제로 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2021년 회복기를 거친 후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유가는 한때 130달러를 넘겼다. 이후 미국이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기조를 바꾸고, 물가를 잡기 위해서 전략적 비축유를 푸는 강공을 펼친 결과 70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

만약 워런 버핏이 130달러까지 올랐던 유가가 장기적으로 그 이상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해 옥시덴털의 지분을 매입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3년 동안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오르기를 반복했던 유가가 다시 이전 정점 이상으로 오른 예가 없는 건 아니다. 바로 1970년과 1980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두차례의 오일쇼크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 중동 산유국들이 이스라엘과의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석유의 무기화를 결심하면서 벌어졌다.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1973년 말 국제유가는 1개월 동안 배럴당 3달러에서 13달러까지 4배 이상 급등했다.

2차 오일쇼크도 시작은 1979년 이란의 석유수출 금지였다. 국제유가는 1979년 초 5개월 동안 15달러에서 39달러까지 최고 2.6배 급등했다. 모두 공급의 문제였다.

문제는 오일쇼크 이후의 대처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던 중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해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금리 인하로 기조를 바꿨다. 그런데 2차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금리를 낮춰도 물가가 폭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다. 볼커는 1979년부터 2년 동안 기준금리를 21.5%까지 끌어올렸고, 이런 과도한 긴축으로 실물경제는 단기간이지만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고유가 국면에서 도이체방크 등 금융회사가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오일쇼크 당시 연준의 기조 변화를 답습해선 안 된다"고 경고를 한 덴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가 정말 장기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현재로선 상승 증거도 없지만, 하락 증거도 없다. 러시아산 원유가 제재를 받고 있지만 그 외에는 공급 부분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 유가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워런 버핏이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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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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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어떤 회사

1920년 정통 석유회사로 시작한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셰일오일 외에도 중동‧미국 등 여러 지역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석유 생산 비중이 전체의 80%로 다른 회사들과 달리 무척 높다.

셰일오일은 퇴적암의 일종인 셰일(shale)층에 형성된 액체 탄화수소를 말한다. 많은 양의 물과 모래를 이용해 고압으로 셰일층 암석을 분해하는 수압파쇄 기술,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파내려가는 수평시추 기술을 통해서 생산한다.

미국 셰일업계는 2010년 이후 생산량을 크게 늘렸고, 2018년에는 하루에 150만 배럴씩 생산했다. 문제는 시추비용이 배럴당 50~60달러에 이른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의 배럴당 생산비용은 8~10달러다. 셰일오일은 암석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1년 이상 생산하기 힘들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팬데믹 이후 석유 수요가 줄자 미국 셰일업체들의 30%가량이 파산한 이유다.

옥시덴털의 또 다른 특징은 배당이다. 회사는 2019년에 6~11%대의 배당을 하던 고배당주였다. 2020~2022년 배당률은 소수점 이하였지만 차츰 늘려가고 있고, 올 3월 기준으로 1.16%까지 올라갔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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