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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게 실화?" 부산 꼴찌팀의 기적…'한국판 슬램덩크'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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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5일 개봉 농구 영화 '리바운드'

2012년 부산중앙고 농구부 실화 다뤄

중앙일보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의 농구 시합 장면. 농구 실력이 필수였던 배우들은 훈련에 매진한 나머지 캐릭터 설정보다 실력이 좋아진 탓에 연습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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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국 고교 농구 대회에서 ‘꼴찌팀’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기적의 연승 실화를 그린 영화가 나온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당시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 농구대회에서 최약체팀으로 평가받은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12년만에 결승에 진출하기까지 고군분투를 그렸다.



장항준 "이게 실화?" 부산 꼴찌팀의 기적



2012년은 국가대표 선수 허훈(당시 고2)이 ‘허재의 아들’이란 꼬리표를 넘어 ‘농구 명문’ 용산고의 압승을 이끌었던 해다. 결승전에서 부산중앙고는 용산고에 완패하고도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단 여섯 명 뿐인 농구부원 중 한 명이 부상 당해 나머지 다섯 명이 교체 선수도 없이 결승까지 8일간 경기를 뛰는 투혼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이끈 이는 갓 서른의 신인 코치 강양현. 부산중앙고 농구부 출신인 그는 고교 농구 MVP(최우수선수)까지 올랐지만 2부 리그를 전전하다 공익근무요원 복무 중 해체 위기의 모교 농구부에 긴급 투입된 초보 코치였다.

5년 전 이 영화 연출로 합류한 장항준 감독(영화 ‘기억의 밤’ ‘라이터를 켜라’)도 시나리오를 보고 “이게 실화냐?”라고 반문했을 만큼 만화같은 사건이다. 강양현 역의 주연 배우 안재홍은 2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시사 후 간담회에서 “강양현 코치와 실제 4살 차이”라며 “촬영 전부터 강 코치와 대화하며 체중 증량과 의상‧헤어스타일로 싱크로율을 높였다. 젊은 코치가 대회를 치러가는 떨리는 마음을 생생하게 담으려 했다”고 돌이켰다.

또 “10년 전 (첫 주연 영화 ‘족구왕’에서) 족구 경기를 하던 제 모습도 많이 겹쳤다. 극 중 친구들 기분이 누구보다 잘 이해됐다. 배우들끼리도 현장에서 ‘불과 16강전이다. 남은 경기를 위해 체력을 안배하자’ 등 실전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여섯 '강백호' 투혼이 빚은 12년만의 결승



강 코치를 비롯해 우여곡절 많은 ‘열정 부자’ 농구부원들은 최근 400만 흥행을 거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강백호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강 코치가 타학교에서 평가를 못 받던 선수들, 심지어 축구부원까지 데려와 간신히 여섯 명의 농구부원을 꾸린 과정도 실제다.

선수들과 닮은 외모와 농구 실력을 갖춘 새 얼굴을 찾기 위해 500명 가까이 오디션을 보고 발탁했다. 전 농구 국가대표 조상현 감독(창원 LG 세이커스)이 참관해 평가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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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일 개봉하는 실화 바탕 농구 영화 '리바운드' 촬영 당시 모습이다. 앞쪽 유니폼을 입은 농구팀이 출연 배우들, 골대 아래 왼팔을 들고 있는 이가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이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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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슬럼프를 딛고 부산중앙고를 ‘천기범과 아이들’로 불리게 한 187㎝ 장신의 ‘천재 가드’ 천기범(현 일본 후쿠시마 파이어본즈) 역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tvN)의 신인 이신영이 맡아 매 경기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범과 애증의 관계인 길거리 농구 출신 규혁 역의 정진운(아이돌 그룹 2AM 출신)도 눈에 띈다. 그는 드라마 ‘드림하이2’(KBS2)로 연기 데뷔해 군 제대 후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로 스크린 데뷔했다. 부상의 아픔을 감추고 농구 코트를 가로지르는 규혁의 속내를 담백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실화가 스포일러, 인물 묘사 조심스러워



다만, 실화가 ‘스포일러’인 영화다. 오합지졸 농구부원들이 전국 대회 결승까지 연승을 쌓아가는 과정은 예상 가능한 수순을 밟는다. 실존 모델이 있다 보니 대부분 인물은 악역 없이 조심스럽게 묘사된다.

다소 단조로운 흐름에 시합 장면이 활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카터’ ‘창궐’에 참여한 문용군 촬영감독이 매 경기 장면을 롱테이크(컷을 끊지 않고 한 번에 찍는 것)로 담아냈다. 인물의 감정과 호흡하기 위해 일부는 900fps의 초고속 카메라로 찍고 편집에서 장면의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결승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지도록 극 중 전개에 맞춰 채도와 명암 대비를 선명하게 높여갔다.

강양현 코치가 현재 몸 담고 있는 조선대 농구팀이 촬영 현장을 지키며 자문을 도왔다. 교내 장면의 촬영은 실제 부산중앙고에서 11년 전 모습을 되살려 진행했다.

“더욱 더 실화에 가깝게”라는 장 감독의 연출 목표는 영화 말미 장면을 당시 실화의 명장면들과 판박이처럼 겹쳐내는 순간 극대화된다. 경기장에서 양팔을 번쩍 치켜든 안재홍의 모습이 강 코치의 실제 사진으로 바뀔 땐 인간 승리의 감동이 고스란히 밀려온다.



'한국의 디즈니' 꿈꾼 故 김정주의 넥슨 첫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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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는 농구에서 골대로 던진 공이 튕겨 나오는 걸 말한다.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는 기술을 뜻하기도 한다. 장 감독은 “이 영화 자체가 ‘리바운드’였다”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한국 농구 영화란 점에서 피가 끓고 설렜다”고 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다음 달 개봉할 축구 영화 ‘드림’ 등 극장가에 스포츠 영화가 부상하고 있지만, 이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스포츠는 투자 받기 어려운 소재였다고 한다.

SLL 산하 레이블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2012년 부산 중앙고 뉴스를 접하고 영화화에 착수했지만 완성까지 11년이 걸렸다. 장 감독은 “대규모 오디션을 진행하던 중에도 투자 문제로 제작진이 해산했다가 기적처럼 살아나게 됐다”면서 구원투수로 나선 투자사 넥슨코리아에 공을 돌렸다.

‘리바운드’는 게임회사 넥슨코리아의 첫 영화 투자작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꿈이 ‘한국의 디즈니’였다고 알려진 바 있다. 넥슨은 ‘리바운드’ 투자와 함께 지난해 11월 마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을 만든 조 루소‧앤서니 루소 형제의 영화사 에이지비오(AGBO) 최대주주가 되며 영화 분야로 발을 넓혀 사업을 다각화한다고 발표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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