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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러 경제 장기침체 위험 커져…“1~2년 그칠 위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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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8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공원에 시민들이 봄을 맞아 산책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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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급등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서구의 가혹한 제재를 버텨내던 러시아 경제가 침공이 장기화되며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8일 러시아 정부는 세입 감소로 인한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기업들 역시 노동력과 투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떠난 전 러시아 중앙은행 관료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이런 상황에 대해 “러시아 경제가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현재 러시아의 경제 상황을 보면, 지난 2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나 오른 상태다. 루블화의 가치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달러 대비 20% 하락했다. 소비 역시 위축됐다. 러시아의 2022년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 6.7% 감소해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유럽기업연합은 지난달 러시아의 신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2%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노동력 부족이다. 러시아 기업 상당수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전역에 내려진 30만명 동원령으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도 줄인 상태다.

이 가운데 러시아 경제가 침체되는 핵심 원인은 러시아 경제를 떠받치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수출 가격이 크게 하락한 점이다. 전쟁 초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러시아는 ‘뜻밖의 횡재’를 누렸으나, 이제 그 시절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 에너지를 주로 수입하던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의 돈줄을 묶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시작했다. 이 제재는 3개월이 지난 지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1~2월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관련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러시아의 대표 원유인 우랄산 원유 가격은 지난 2월 배럴당 49.59달러로, 국제 유가 기준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인 것에 견줘 60% 수준에 그쳤다.

그로 인해 전쟁 2년째를 맞는 러시아 정부의 재정은 더욱 악화됐다. 올해 1~2월 러시아 정부의 재정 적자는 무려 340억달러(약 44조2천억원)에 달했다. 당장은 국부펀드에 의존해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후 이미 잔고가 280억달러(약 36조4천억원)가 줄어든 상태다. 재정 부족으로 인해 전쟁으로 불어난 사회 지출을 어떻게 충당할지 푸틴 대통령이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해 공식 통계상 -2.1% 성장하며 선방한 러시아 경제 상황은 올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을 소유한 기업인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이달 한 경제 컨퍼런스에서 “내년엔 돈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필요하다” 말했다. 비엔나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는 서방 제재에 가로막힌 러시아 경제 상황에 대해 “마치 소련 시대로 돌아가 모든 것을 러시아 스스로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1~2년에 그칠 위기가 아니다. 러시아 경제는 (단기적 침체와는) 완전히 다른 경로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월스트리트저널 갈무리


다만, 러시아가 당장 전쟁 수행 능력을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으며, 가중되는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더 중국에 의존할 것이라 신문은 내다봤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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