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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재원이 거듭 전광훈 띄우는 이유[여의도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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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경향신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측이 주최한 광화문 3·1절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유튜브 ‘건국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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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이 여기 등장했다. 우리의 희망이다.”(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최고위원이 되면 고향 선배인 전광훈 목사님을 잘 모시고 함께 가겠다.”(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 1일 전 목사는 본인이 주도한 광화문 3·1절 국민대회 집회에서 김 최고위원과 이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 주최 예배에서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한데 이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보수단체 강연에서는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대에는 고향 선후배 관계나 종교적 신뢰를 넘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의 연대는 광화문 3·1절 집회부터 본격화됐다. 당초 전 목사의 ‘픽’은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였으나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컷오프(탈락)됐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집회에 참석하며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전 목사는 당시 집회에서 “대한민국의 촛대와 주도권은 광화문에 와 있다. (국민의힘이) 협력하면 뭐든지 다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천지개벽할 일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이 여기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김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이 되면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고 국민의힘이 함께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고향 선배이신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님 제가 잘 모시고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는 경북 의성 출신 동향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일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17.55%의 득표율로 수석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전 목사는 전당대회 다음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의 당선은) 3·1절 광화문에 와서 연설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이번에 1등으로 당선된 것은 연설 중 ‘고향 어르신 전광훈 목사님을 잘 모시고’라고 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도 지난 12일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제가 최고위(원회의)에 가서 보고를 하고,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겠다”고 화답했다.

경향신문

13일 유튜브채널 ‘너알아TV’,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2023.03.12.’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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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목사의 행보는 제도 정치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전 목사와 알고 지내는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 목사는 처세에 밝은 사람이고 정치에 욕심이 많다”며 “그래서 전 목사 쪽에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도 기독자유통일당 창당 등에 관여하며 지원했지만 1.83% 득표로 3%에 미달하며 원내 진입 실패했다. 이번 전당대회 직전에는 ‘국민의힘 점령운동’의 일환으로 전 목사측 사람들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켰다. 여기에 당내 친윤계의 주도로 전당대회 투표 방식이 당원투표 100%로 바뀌면서 전 목사의 영향력 확대가 더 용이해졌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꽤 든든한 정치적 ‘빽’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전 목사의 국민의힘에 대한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해 “전 목사가 아스팔트 우파를 통일한 그 폭발력을 가지고 총선으로 가면 전 목사가 말했듯 우리가 200석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TK 국민의힘 의원도 김 최고위원의 행보에 대해 “전 목사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보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목사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 목사는 지난 8일 예배에서는 “지나간 뒷이야기를 하자면 김 대표가 ‘목사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라고 몇 번 전화가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에도 “김기현 장로를 우리가 이번에 밀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경선 막판 황교안 전 대표와 갈라서며 김 대표를 간접 지원하는 모양새를 만들기도 했다. 황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 등 제기에 앞장섰으나 막판 전 목사의 공천 관련 뇌물 의혹 제기로 시달렸다.

김 대표는 전 목사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 발언과 관련해서도 “별로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총선 직전 전 목사와 장외투쟁을 함께 했던 황 전 대표는 선거에서 참패했다. 황 전 대표는 전날 CBS에 출연해 “거기(전 목사) 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지금 굉장히 엄중한 상황인데 행보도 잘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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