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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일단 밟아보면 반한다...시속 183Km에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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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전기차 ‘ID.4 GTX’ 타보니


매일경제

폭스바겐 ID.4 G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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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노버에 있는 폭스바겐 ‘올드타이머’ 상용차 박물관에서 폭스바겐 본사·공장·박물관·자동차 타워 등이 있는 볼프스부르크의 ‘아우토슈타트’까지 거리는 약 90km, 소요시간은 약 1시간이었다. 이동 수단은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D.4 GTX였다. 작년 9월 한국에 선보인 ID.4의 고성능 모델로 연내 출시가 예상되는 차량이다.

출발할 때 배터리 충전량은 약 40%였다. ID.4 GTX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기준 480㎞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 90km 거리를 운전하면서 배터리 충전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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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길을 잃는 변수가 발생했다. 실수로 내비게이션이 ‘고속도로를 제외하고 안내하기’로 설정되면서, 20분 가까이 딴 길로 샌 것이다.

내비게이션 설정을 바꾸고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Autobahn)’에 들어선 뒤,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에 들어설 때마다 1차선으로 이동해 183km/h로 고속 주행을 했다. ID.4 GTX의 최고 속도는 180km/h로 알려져 있지만, 약간의 속도 초과는 가능했고 183km/h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았다.

183km/h 속도로 주행할 때 ID.4 GTX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스포츠 모드’와 ‘컴포트 모드’ 모두 마찬가지였다. 고속도로 이용료가 없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관리가 잘 된 ‘아우토반’ 덕도 있겠지만, 차체가 속도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ID.4 GTX는 77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25㎾ 급속 충전 시 약 30분 충전으로 300㎞를 주행할 수 있다. 정지 상태서 시속 60㎞에 도달하는 시간은 3.2초,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2초다. 슈퍼카 브랜드가 아닌 SUV임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가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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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4 G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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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데 정신이 팔려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배터리 충전량이 20%대로 떨어진 것이다.

급한 대로 드라이브 모드를 D에서 B로 변경했다. B는 회생 제동 효과가 커져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감속이 강해지고 배터리가 충전이 된다. 너무 늦은 감이 있었지만, 고속 주행을 자제하는 것만으로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었다.

아우토슈타트에 도착했을 때 배터리 충전량은 8%에 불과했다. 전기차에서 빠른 스피드는 곧 빠른 배터리 소모라는 사실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ID.4 GTX 시동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걸린다. 내릴 때는 P(주차) 버튼을 눌러도 되고, 그냥 문을 열어도 자동변속기 P 버튼에 불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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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이지만 폭스바겐은 메뉴·클리마(환경)·어시스트·모드만큼은 버튼식으로 조작하도록 해 직관성을 유지했다. 독일 현지 내비게이션에서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국내 도입 과정에서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 기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뒷좌석뿐만 아니라 앞자리 보조석에도 유아용 시트 고정 장치(아이소픽스)가 있었다. 적재 공간은 2열을 펼쳤을 때 543리터, 접으면 1575리터에 달했다. 가족·사람·사랑 등을 집중 강조하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전략이자 철학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ID.4 GTX는 폭스바겐 전기차 범용 플랫폼인 ‘MEB’ 기반으로 제작된 모델 중 최초로 듀얼 모터와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탑재하기도 했다.

아우토슈타트를 떠난 뒤 마그데부르크에 있는 공항에서는 ID.5 GTX 차량으로 장애물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는 ‘슬라럼’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슬라럼 경험이 전무한 기자도 안정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 차가 좌우로 움직일 때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쿠페형 순수 전기 SUV인 ID.5 GTX는 ID.4 GTX와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최고속도와 ‘제로백(정지상태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등의 스펙도 다르지 않다. 쿠페형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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