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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성범죄 집유' 김준기 창업주, DB하이텍 급여 31억 두고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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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집유 판결 이후 미등기 경영자문 복귀
DB그룹 "파운드리 위기 속 김 창업회장 경험과 안목 경영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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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지난해 계열사 DB하이텍에서 31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DB하이텍, DB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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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최문정 기자]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지난해 DB하이텍으로부터 31억 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은 것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성과를 낸 데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성범죄로 물의를 일으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력에다 회사의 임원으로 등기조차 돼 있지 않은 그가 몇 년째 두자릿수 상승률로 막대한 급여를 받는 것은 사실상 특혜나 다름없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김준기 창업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총 31억2500만 원을 수령했다. 이는 전년(18억4500만 원) 대비 약 70% 인상된 금액이다. 그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DB하이텍 미등기 경영자문을 맡고 있다. 김 창업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같은 시기 DB하이텍에서 37억1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김 회장 역시 지난 2021년 보수인 27억5200만 원 대비 보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보수는 현직 반도체 업계 임원급 인사들의 연봉과 비교해도 상위권이다. 경계현, 이정배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사장은 지난해 각각 29억5300만 원, 28억2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같은 시기 21억6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동섭,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각각 28억5300만 원, 18억2900만 원을 수령했다.

김준기 창업회장보다 높은 보수를 받은 인물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46억3500만 원)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44억7500만 원) 등이 있다.

반면, 김준기 창업회장처럼 그룹의 동일인(총수)이지만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6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약 열흘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9월에는 2030 부산 국제박람회(엑스포) 유치 특사로서 멕시코·파나마 대통령을 접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연말인 12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센터 준공식에 참여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김준기 창업회장 역시 내부적으로 파운드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첨단 산업을 발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B그룹(당시 동부그룹)은 2001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 창업회장은 이 과정에서 사재를 털어 넣기도 했다. 지난해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시장 호황에 힘입어 매출 1조6753억 원, 영업이익 7687억 원의 성과를 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3991억 원)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창업회장은 국내 최초로 실리콘 웨이퍼사업을 전개했으며, 비메모리반도체 불모지인 대한민국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업의 질적, 양적 성장을 일궜다"며 "현재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으로 인해 파운드리 시장의 격변과 위기 상황에서 김 창업회장의 경험과 안목이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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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오른쪽)이 지난 2021년 2월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 혐의로 넘겨진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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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준기 창업회장의 업적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그리 밝지많은 않다. 김 창업회장은 지난 2016~2017년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지난 2021년 4월 미등기 경영자문역으로 DB하이텍에 복귀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팹리스 부문 물적분할을 단행한 것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 이뤄질 경우,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DB하이텍은 보도자료를 내고 "분할 자회사는 상장 계획이 없다"며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상장 진행 여부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국ESG연구소 관계자는 미등기임원의 고액 연봉 수령에 대해 "능력이 있는 회사 구성원이 그에 맞춰 보수를 많이 받은 것은 ESG 관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해당 인물이 정말 회사를 위해 (보수만큼의) 이바지 한 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주주가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경우라면, 등기를 (일부러) 피했는지 여부도 중요할 수 있다"며 "대주주와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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