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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남부 50년 만의 ‘최악 가뭄’…일주일에 ‘6일 단수’ 1년째, 완도 섬 주민들은 속이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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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도 등 역대 최장 제한급수

하루 식수 2ℓ 지원받으며

‘해수 담수화 시설’로 버텨

댐 바닥난 호남평야 비상

경향신문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전북 임실의 옥정호가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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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 주요 식수원인 순천의 주암댐도 말라 바닥이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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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여명이 사는 전남 완도군 넙도는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1일 급수 6일 단수’의 제한급수가 이어지고 있다. 섬에는 오는 4월 하루 150t의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시설이 준공된다. 1937년부터 발전을 시작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남 보성의 보성강수력발전소는 처음으로 발전을 멈췄다. 한국전쟁 때도 가동했던 이 발전소가 전기 생산을 중단한 것은 수력발전에 쓸 보성강 물을 주암댐으로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광주와 전남 등 남부지역이 50년 만의 최악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28일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남부지역 강수량은 1973년 이후 가장 적다. 최근 1년(2022년 3월27일∼2023년 3월26일)간 광주와 전남지역 평균 강수량은 846.0㎜로 평년(1390.3㎜)의 61.0%에 그치고 있다.

일부 지역은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완도군의 강수량은 730.6㎜로 평년(1531.5㎜) 대비 44.7%로 전국 대표지점 66곳 중 가장 적다. 142만명이 사는 대도시 광주의 최근 1년간 강수량도 738.1㎜로 평년(1380.6㎜)의 절반 수준(53.5%)이다.

완도 일부 섬은 10개월 넘게 제한급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16일 시작된 넙도의 제한급수는 이날까지 317일째 이어지고 있다. 완도지역 제한급수 최장기간인 222일을 100일 가까이 넘겼다. 보길도와 노화도, 금일도, 소안도 등도 제한급수가 이어지고 있다. 완도에서만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주민이 1만3356명에 이른다.

주민들에게는 식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1일 2ℓ의 생수가 지원된다. 전남도 등이 재난관리기금 등으로 구매한 생수는 204만병, 전국 지자체와 기업 등 31곳에서 기부한 생수도 120만병이나 된다.

육지와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섬에서는 바닷물을 생활용수인 민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시설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완도에서는 3∼4월 금일도 등 4곳에 1일 150∼400t의 생활용수를 생산하는 시설이 잇따라 완공된다. 전남도는 올해 상수원마저 없는 20여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 10곳에 하루 식수 1t과 생활용수 3t을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이동식 해수 담수화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2월 기준 전남에서는 완도 15곳과 신안 20곳 등 64곳에서 해수 담수화 시설이 가동 중이다.

산업 현장에서도 해수 담수화 시설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철강 생산과정에서 냉각수 등 많은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2013년 9월 국내 최초로 설치한 해수 담수화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루 3만t의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광양제철소 해수 담수화 시설은 그동안 1일 평균 1만t 정도 생산했다. 가뭄 이후 광양제철소는 이 시설을 풀 가동 중이다. 지난해 3월1일 평균 23만3000t이던 광양제철소의 공업용수 사용량은 올해 3월 21만2000t으로 약 10%(2만1000t) 줄었다.

영산강과 섬진강, 보성강 등 지역 강들도 가뭄 극복에 총동원됐다. 광주시는 이달부터 1일 3만t의 영산강 물을 정수장으로 퍼 올려 정수해 상수도로 사용하고 있다. 광주시에 상수도망이 구축된 이후 영산강 물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광양에 있는 섬진강 다압취수장에서는 하루 16만t의 강물을 끌어올려 생활·공업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영농철을 앞둔 호남평야도 시름이 깊다. 전북 김제·정읍·부안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섬진강댐 저수율은 19.2%로 전년 같은 기간(51.6%)의 절반도 안 된다. 전북도내 419곳 저수지의 저수율도 58.2%에 그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현재 상황으로도 6월까지는 문제없지만 도는 비가 전혀 오지 않는 극한 상황까지 고려해 안정적인 용수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도민들께서도 20%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강현석·김창효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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