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중 남편 옷 불” 실화 주장
재판부, 방화 판단 징역형 선고
울산지방법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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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202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후 6시50분쯤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화재가 발생한 집의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집 안의 거실 바닥엔 건전지 3개가 떨어져 있었다. 전자도어록에 쓰이는 것이었다. 불이 난 부엌 가스레인지 인근에는 적지 않은 양의 남자 옷이 쌓여 있었다. 불은 부엌 벽면과 천장까지 번져 69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다행히 옆집 등으로 번지지 않고 진화됐다.
당시 A씨는 집 안에 있었다. 방화, 실화 쟁점이 시작됐다. A씨 측은 “남편 옷가지를 가스레인지와 개수대 사이 조리대에 둔 후 음식을 해먹으려 불을 켰고, 음식을 팬에서 냄비에 옮겨 담으려고 하던 중 옷에 불이 붙었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화재수사팀이 가스 불과 가까운 곳에 옷을 뒀을 때 불이 옮겨붙을 수 있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가스버너 불꽃 옆으로 전달되는 복사열의 최고 온도는 약 52도. 나일론·아크릴·면 등 옷감 원료의 발화온도 440∼520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재판부는 7가지 근거를 두고 ‘방화’라고 판단했다. 먼저, 아파트 안에 A씨 혼자 있었고, 화재현장 조사서에 가스레인지 주변에 옷가지 외에는 화재를 일으킬 만한 다른 요인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대검찰청의 실험 결과도 근거가 됐다.
범행동기도 있다고 봤다. 사건 당일 오전, 소주를 마시는 A씨에게 남편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 술을 마시냐”고 질책하고 외출했다. A씨는 화가 나 저녁이 될 때까지 소주 3병을 마셨다. 재판부는 “A씨가 기분이 상해 남편의 옷을 태웠다고 볼 만하다”고 했다. 도어록 건전지를 A씨가 의도적으로 빼 바닥에 팽개쳐 둔 점, 불이 난 뒤에 A씨가 신고를 하지 않았던 점 등 역시 ‘방화’로 본 이유였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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