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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위적 감산 없다”는 삼성 반도체… 적자 불어나도 여전한 JY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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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수요 악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감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일제히 감산을 선언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급조절에 실패한 상황에서 수요마저 부진해 재고자산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1분기 적자규모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지만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상황 보고 받은 JY, “감산 없다” 기조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경계현 DS부문장 등이 반도체 수요 부족에 대한 시장 상황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보고했고, 이 회장은 감산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 반도체의 감산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선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반도체 지원 기조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감산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화성, 평택 등 일부 라인에서는 라인 효율화와 공정 전환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삼성 측은 해당 과정이 ‘인위적 감산’이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주요 사업부를 잇달아 방문하며 투자 의지를 드러내는 공식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경기도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양적, 질적으로 연구소 규모를 2배로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진행된 경영진 간담회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D램, 낸드플래시 등 주요 제품 재고치가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부 내부에서도 감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수준이라는 위기감 서린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아무리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도 세트업체들이 D램 가격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반도체 구매에 나서지 않는다면 재고치는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선비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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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불황, 삼성 초격차 전략도 흔들

반도체 시황이 늘 슈퍼사이클만 그려왔던 것은 아니다. 호황 사이클에 접어든 시기에도 간헐적으로 불황이 발생했지만 삼성전자는 앞선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감산 없이 공정전환으로 위기를 탄력적으로 극복했다.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용 회장에게 “요즘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는데 어떤지”를 묻자 이 부회장은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적도 있다.

하지만 불과 3년 사이에 상황이 달라졌다. 주력 품목인 D램의 경우 전통적으로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보다 통상 1~2년씩 기술 경쟁력이 앞서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10나노 중반에 들어서면서 D램 3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미세공정이 사실상 동일선상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공정에선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보다 더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가령 D램의 경우 10나노 후반대까지는 삼성의 경쟁력이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이었고 수요가 부진할 때도 공급조절 없이 더 나은 제품을 더 싸게 생산하면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이익을 냈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의 구조적 문제인지, 아니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역량이 퇴화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메모리 생산성, 성능은 경쟁사와 동일한 기술 수준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반도체 경영진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쉽사리 감산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는 사실상 이 회장이 전반적인 투자 기조를 정했기 때문이다. 경계현 DS부문장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5년 권오현 전 회장이 DS부문을 이끌며 반도체 사업의 연구개발부터 투자, 재무 등 전반적인 사안을 직접 결정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감산을 결정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없지만, 권오현 전 회장 시절과 달리 김기남 전 회장 5년을 거치면서 DS부문의 독립성이 약해진진 것은 사실”이라며 “증산, 감산과 같은 설비투자에 대한 사안이라면 일반적인 반도체 기업과 마찬가지로 CEO가 누군가에게 보고할 필요 없이 직접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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