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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좀 지어주세요” 교대로 밥 먹고, 운동도 마음껏 못하는 ‘경북도청 신도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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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신도시 유일한 중학교인 풍천중학교 급식실에서 지난 27일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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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300명 넘게 우리 학교로 온대요. 학교 좀 지어주세요.”

지난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신도시 풍천중학교 급식실.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던 배경진군(16)과 또래 친구 다섯 명이 입을 모아 말했다. 급식실에는 3학년 급식이 끝나고 곧이어 2학년 급식 준비로 분주했다. 개교 6년 만에 학생 수가 10배 넘게 늘면서 학생들이 2교대나 3교대로 식사를 해야만 해서다.

체육관과 운동장 공간도 부족해 학생들은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한다. 이 학교 3학년 이재민군(16)은 “1~2학년 때는 체육관에서 마음껏 배드민턴도 쳤는데, (올해는) 신입생이 많아 배드민턴을 못 치게 됐다”며 “운동장도 시간대별로 나눠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신도시는 주민 평균 연령이 33세로 주로 젊은 부부와 자녀들로 구성돼있다. 1만여 가구가 거주하지만 중학교는 풍천중이 유일하다. 초등학교는 2곳이 있다.

경북교육청은 학교 신설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심)에 초등학교 1곳(49학급)과 중학교 1곳(37학급) 신설 요청을 마쳐 다음달 심사를 앞두고 있다. 중투심 심사를 통과하면 관련 행정절차를 밟은 뒤 초·중학교 신설이 추진된다. 완공은 2027년이 목표다.

경향신문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신도시 유일한 중학교인 풍천중학교 급식실에서 지난 27일 학생들이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정리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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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통과의 관건은 가구 수다. 중학교 1곳을 신설하기 위한 가구 수는 6000~9000가구다. 문제는 현재 경북도청 신도시 내 가구 수는 총 1만여가구로, 기존 중학교 1곳이 있는 만큼 최소 조건(6000가구)으로 따져도 2000여가구가 부족한 셈이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28일 “지난달 경북도청 신도시에 2147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급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며 “중투심 심사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공급 계획대로라면 2025년 말까지 1111가구가 추가로 준공된다.

다만 중투심을 통과하더라도 학교 신설에는 4년 가량이 걸린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풍천중은 2016년 32학급 792명 규모로 개교했다. 당시 전교생 수는 72명이었지만 올해는 802명으로 1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학생 수는 당분간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내년의 경우 풍천중 3학년은 245명이지만, 인근 초등학교 2곳의 졸업생은 총 363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내년 풍천중 학생 수는 920명이 된다. 초등학교 2곳의 2026학년도 졸업생 수를 감안하면 2026년 풍천중 학생 수는 1149명이나 된다.

경북교육청은 2025년에는 풍천중이 학생 수를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 모듈러교실(이동식 교실) 등 임시 시설을 통해 풍천중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학부모 김성훈씨(44)는 “30~40대가 주를 이루는 신도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를 만든 탓에 정원이 넘쳐나고 있다”며 “주민들이 중학교 신설을 5년 전부터 요구해왔는데 결국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중투위 심사가 통과하면 행정절차를 최대한 당기는 등 신설 학교 준공 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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