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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하이브 변덕에 SM·하이브 주주만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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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가 경쟁률 2.2대 1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흥행 성공을 거두며 끝났다. 이번 공개매수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에스엠 지분 39.87%를 보유하게 되면서 에스엠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로써 지난 두 달간 국내 증시를 달궜던 하이브와 카카오의 에스엠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하는 모습이다.

다만 하이브가 두 달 만에 에스엠 인수에 대한 입장을 뒤집으면서 주가를 요동치게 해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변덕’에 하이브 주주들도 분노하고 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개매수에 응한 하이브가 보유한 주식의 절반도 처분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십억원의 평가손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하이브 주주들은 이럴 거면 애초에 왜 경영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냐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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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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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하이브는 “에스엠과의 시너지를 통해 K팝 세계화라는 공동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며 에스엠 인수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이수만 에스엠 전 프로듀서의 지분 총 14.8%를 사들이고, 같은 가격으로 장내에서 총 주식수의 2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의 발표 직후 에스엠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2월 9일 종가 기준 9만8500원이던 주가는 하루 만에 11만원대로 뛰었고, 일주일 만에 13만원대로 올라섰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것임을 직감한 투자자들이 에스엠 주식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에 카카오도 지난 7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실시한다고 밝혔고, 주가는 8일 장중 16만12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카카오 공개매수가 시작된 지 3일 만인 지난 12일, 하이브는 돌연 에스엠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겠다며 입장문을 냈다. 발표 다음 날(13일) 에스엠 주가는 단번에 23% 넘게 하락 마감했다. 하이브 발 충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지난 24일 보유 중인 에스엠 지분 전량을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참여한다고 밝혔고, 에스엠 주식은 다시 4% 넘게 하락하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카카오 공개매수가 끝난 지난 27일 카카오 주가는 9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하이브의 말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에스엠 주가가 요동친 것이다. 하이브 때문에 주가가 크게 출렁인 데다가, 카카오 공개매수에서 절반도 팔지 못하자 에스엠 투자자 사이에서는 하이브에 대한 원망이 커지고 있다.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 포기에 이어 공개매수에까지 참여하면서 에스엠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하이브마저 공개매수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뒤늦게라도 공개매수에 응하고자 한국투자증권 지점을 찾았다. 이번 카카오 공개매수를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공개매수 신청자(법인 포함)는 총 7667명으로, 이중 개인투자자가 7436명이다.

업계에서는 공개매수 경쟁률이 2대1을 넘어간 것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최근까지 총 5번의 공개매수에서 경쟁률이 2대1을 넘은 경우는 카카오(배정 비율 44%)뿐이고, 두 건의 배정 비율은 70~80%대, 나머지 두 건은 신청 수량이 목표 수량에 미달하며 배정 비율 100%를 기록했다. 대체로 공개매수에 응하면 신청 물량 대부분을 처분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는 카카오의 공개매수 목표치가 35%로 낮았던 영향도 있지만, 어쨌든 공개매수로 인해 지점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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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포럼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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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변덕에 뿔이 난 것은 에스엠 주주뿐만은 아니다. 하이브 주주들도 불만이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배정 비율에 따라 총보유 주식의 약 56%인 209만8811주를 그대로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에스엠 주가가 하락하며 평가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당 12만원에 주식을 취득한 하이브가 28일 에스엠 종가(9만4200원)에 판다고 가정했을 때 약 54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공개매수로 처분한 44%(165만8426주)에 대한 이익이 497억원임을 고려할 때, 하이브의 ‘에스엠 경영권 인수 소동’으로 하이브는 약 4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한 하이브 소액주주는 “BTS가 아무리 돈을 벌어와도 회사가 헛돈을 쓰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현금화한 약 497억원은 기업 인수 및 합병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전에 밝힌 것처럼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에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하이브의 부채비율이 매우 낮아 단기부채 차입이 긴급하지 않고, 하이브가 기존에 보유한 현금도 충분하다”면서 “현재 사옥도 지어진 지 얼마 안 됐고, 아티스트 개발이나 NFT·게임 등 신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가는 상황이라 해당 자금이 쓰일 곳은 M&A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투자금에 이번 공개매수로 얻은 자금을 더해 올해 안에 한 건 정도의 글로벌 M&A가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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