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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궁지몰린 네타냐후 한발 물러서…“사법개혁 일시 중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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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TV연설서 “야권과 대화 위해 다음 회기로 연기”

“국민분열 방지하고 내전 피하기 위해 입법 절차 중단”

야권 지도자 “입법 중단 확인되면 대화할 준비돼 있어”

전문가·美 "환영하지만 미봉책 불과…갈등 우려 여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이 이끄는 우파 연정이 추진해온 사법 개혁 입법 절차를 연기하기로 했다. 반대시위, 파업 등 국민 분열이 심화하며 사실상 국가활동이 멈춰선 데다, 정치적으로도 여권 내부 반발 등으로 고립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일단은 한 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갈등의 근원인 사법 개혁 ‘철회’는 아니어서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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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야권과) 대화를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국민 분열을 방지하고 폭넓은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사법 개혁 입법안에 대한 2∼3차 독회(讀會)는 의회 휴회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입법 절차를 연기한 것은 “내전을 피하기 위한 기회”라며 “우리는 현재 위험한 갈림길에 서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 개혁을 반대해온 야권을 겨냥해 “나라를 갈라놓는 소수 극단주의자가 있지만 나는 나라를 갈라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가 이끄는 우파 연정은 대법원 무력화 등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사법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스라엘 헌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막을 수 있는 대법원의 ‘사법 심사’ 권한을 사실상 박탈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선정위원회를 통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기 및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야권 및 국민 반발만 키웠다. 공항부터 병원, 유치원까지 보건·교통·은행 등 핵심 산업의 대규모 파업과 전국 단위의 항의시위가 지속되며 경제활동이 대부분 멈춰섰고 국가 경제는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법조계의 저항 역시 거세지고 있는 데다, 군 전력의 한축을 이루는 예비역 군인들은 잇따라 훈련 불참을 선언하며 복부 거부 움직임까지 보였다. 정치적으로도 연정 붕괴 등 고립 위기에 놓인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입법 연기라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이후 “입법 중단이 실질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중단되면 우리는 정말로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어제 그(네타냐후 총리)가 측근들에게 진정한 입법 중단은 아니라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거에도 (거짓말을) 경험했던 바 이번에도 그의 말에 속임수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법 개혁을 완전히 중단한 것이 아닌 일시적인 ‘시간 벌기’에 불과해 국민 불만을 완전히 잠재우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기드온 라핫 선임연구원과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타미르 하이만 이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개혁이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이를 재추진할 근원이 되는 것을 모두 멈추지 않는 한 항의시위가 계속될 수 있다”며 “반대자들은 이미 언제든 거리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이후에도 이날 이스라엘 각지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 역시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사법 개혁 철회가 아닌 일시 중단에 그친 것에 우려를 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타협을 위한 추가적인 기회를 환영한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조속히 타협안을 찾길 촉구한다”면서도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최대한 광범위한 대중 지지를 발판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우린 (이스라엘의) 최근 상황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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