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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尹 “국민 혈세 한푼 낭비 없게”…현금성 ‘묻지마’ 예산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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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상대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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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선언했다. 의무가 아닌 재량지출은 10% 줄이고, 지역화폐 같은 ‘현금 뿌리기’식의 예산은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가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강력한 재정 혁신을 추구해서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예산은 670조원 안팎 규모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2024년도 예산 편성 지침’을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 편성 지침으로 건전재정에 초점을 맞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확산하는 동안 빠르게 늘었던 정부 지출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다. 재량지출(법령으로 정한 의무지출이 아닌 정부 판단에 따라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예산)은 1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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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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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회계와 자금 집행이 불투명한 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 인기 영합적 현금 살포, 사용처가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등 부당한 재정 누수 요인을 철저히 틀어막고 복지 전달 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며 대신 “국방ㆍ법치와 같은 국가 본질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미래 성장 기반과 고용 창출 역량을 제고하며, 약자 복지를 강화하는 데 충분한 재정 지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금성 지원 사업, 부정하게 집행된 보조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복지 사업을 중심으로 ‘칼질’에 나선다. 지역화폐 예산이 대표적이다. ‘깜깜이’ 회계가 논란이 된 노동조합 보조금도 주요 타깃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노린 ‘퍼주기’ 예산에도 브레이크를 건다.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은 “정치적 일정과 연계된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고 민간 보조금의 경우 부정 수급, 부당 사용, 회계 투명성이 결여된 부분 등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엄밀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공공부문 인건비 증가는 최소화한다.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면 신규 채용 대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기로 했다. 유사ㆍ중복 사업은 통폐합하고 지원 과정에서 예산 누수가 없도록 전달 체계도 개선한다.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 사업은 민자 사업 추진을 우선 검토하도록 할 예정이다.

최 차관은 “불요불급한 예산 지출을 줄이고 절감하겠지만, 성장 잠재력 확충, 취약계층 예산 등 국가의 기본적 기능을 위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선택과 집중에 따라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 투자 중점 부문으로 ▶수출을 중심으로 한 민간 경제 활력 제고 ▶사회적 약자ㆍ취약계층 보호 ▶경제 체질ㆍ구조 혁신 ▶국가 기본 기능 강화 4가지를 정했다.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첨단모빌리티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확보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연금ㆍ노동ㆍ교육 3대 구조개혁 추진을 뒷받침하는 예산도 편성한다.

복지 예산은 현금 지원이 아닌 맞춤형 서비스에 무게를 두고 설계한다. 고립 은둔 청년 지원, 국가장학금ㆍ학자금 대출 등 청년층 대상 예산은 늘어난다. 현행 70만원(만 0세 기준)인 부모급여는 내년 100만원으로 올라간다. 광역급행철도(GTX)를 포함한 철도ㆍ도로ㆍ공항이 제때 지어질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의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각 부처는 이번 편성 지침에 따라 예산 요구안을 짜서 오는 5월 말까지 기재부에 내야 한다. 기재부는 6~8월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협의,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9월 2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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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부가 발표한 건 말 그대로 ‘지침’으로 내년 예산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윤정부는 출범 첫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긴축 재정을 선언했지만, 법으로 규정한 의무지출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한계가 있다. 올해 정부 총지출 예산은 전년 대비 5.2% 늘어난 639조원이다.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라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5% 내외로 묶는다 해도 내년 예산은 670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금 등 정부 수입이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규모다. 내년에도 적자 재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윤정부 계획대로 현금성 복지 감축, 노조 보조금 삭감 등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예산 확대 요구가 분출할 수 있어서다. 올해 지역화폐 예산만 해도 정부가 전액 삭감했지만 국회 합의 과정에서 부활(국비 3525억원)한 전례가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과의 합의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건전재정 기조로 가는 게 맞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있고 내년 총선도 있어 예산 확대 요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질 것”이라며 “재정준칙(정부 지출 증가율과 재정 적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 법제화도 안 된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 속에 긴축 재정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기재부는 ‘202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지난해보다 9.1% 증가한 69조3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경기 침체,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윤정부에서 추진한 각종 감세 정책 때문에 국세 감면액은 70조원에 육박할 예정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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