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웹툰 '가비지 타임' '기프트'는 프로 운동선수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의 현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담아냈다. 네이버웹툰·카카오웹툰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0명 중 단 1명. 한 해 국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한 학생(고교·대학교 졸업 예정자) 중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 비율이다. 프로리그가 있는 다른 스포츠 종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비정한 세계에서 열정을 다한 그들의 이야기에는 승리 혹은 패배의 서사로만 단정 지을 수 없는 '무엇'이 있다.
정이리이리의 '기프트'(카카오웹툰)와 2사장의 '가비지타임'(네이버웹툰)은 각각 전국 고교 야구·농구계에서 약체로 꼽히는 학교 운동부 학생들의 꿈과 현실을 그린 웹툰이다. 운동을 배우는 학생이자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선수로서의 고민과 고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매력이다. '가비지타임'은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리바운드'와 동일하게 부산 중앙고 사례(2012년 5명만으로 전국대회 준우승)를 모티프로 삼아 눈길을 끈다. '기프트'는 만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①
웹툰' 기프트'에서 동천고 야구감독을 맡은 정민용은 학생들의 능력을 중요하게 보면서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카오웹툰 캡처 |
'재능이냐 노력이냐.' 두 작품에는 프로 운동선수를 꿈꾼다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이 질문이 녹아 있다. 정답은 없겠지만 매번 한계에 부딪히는 선수 입장에서 떨쳐낼 수도 없는 질문이다. 특히 남다른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만날 때면 아이들의 물음표는 극대화된다. 테니스를 했던 차태훈이 우연히 투수로 발탁된 후 뛰어난 능력을 보이자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한 학생들은 절망한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고 진짜로 찬란하게 빛이 나는 원석을 마주했을 때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된다. 본인들은 원석이 아니라 햇빛에 잠시 반짝이던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음을" '기프트'의 정민용 동천고 감독의 내레이션은 그런 차가운 현실을 직설한다.
그러면서도 두 작품에는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치명적 부상으로 위기를 맞는 캐릭터, 천재라고 불리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한 인물 등 다양한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재능과 노력, 한계의 문제를 다각도로 풀어낸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②
두 웹툰은 주전으로 뛰기 위해 전학을 가기도 하고 반대로 상위권 학교에서 전학 온 학생들로 인해 주전 명단에서 밀리기도 하는 고교 운동부의 현실을 그렸다. 네이버웹툰·카카오웹툰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사장과 정이리이리 작가는 대학 입시·프로 입성을 위한 학생들의 고군분투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주전 명단에 들기 위해 전학도 불사하는 에피소드가 대표적. '가비지타임'의 주요 캐릭터인 성준수는 주전으로 뛰기 어려워지자 감독으로부터 전학을 권유받아 한 차례 좌절을 겪는다. 결국 자신이 주전으로 뛰며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은 지상고 농구부로 전학 오게 된다. 반대로 '기프트'에서는 고교 야구 최강팀으로 꼽히는 학교의 학생들이 대거 전학 오면서 주전 자리에서 밀려날까 걱정하는 동천고 학생들의 불안감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고교 운동부의 단면이다. '기프트'에서는 이런 현실에서 자기 자식을 선발로 뛰게 하려는 학부모와 학교, 감독 간 미묘한 갈등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③
웹툰 '가비지타임'의 주인공은 고교 농구에서 약체로 꼽히는 지상고 농구부원들이다. 감독은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헤매던 '공태성'에게 높은 점프력이라는 훌륭한 재능을 끌어낸다. 네이버웹툰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물론 냉정한 현실만 그리진 않았다. 프로에 진출했으나 스타가 되지 못해 결국 고교 감독이 된 이들이 학생들의 재능을 끌어내는 과정과 이들의 열정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학생들의 서사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농구 경력이 짧은 학생에게 높은 점프력이란 재능을 발견하거나 대입 실패의 문턱에서도 운동을 포기 못하겠다는 제자에게 슈팅 연습을 권하며 응원하는 '스승'도 존재한다. 낭만적이기만 할 수 없으나 낭만을 빼놓을 수 없는 청춘의 시간이 빛나는 대목들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