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경찰 수사 수장', 돌고 돌아 결국 내부 발탁... "정부, 비경찰대로 타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순신 낙마 한달 만에 국수본부장 임명
檢출신 후보 없고, 일선 경찰 불만 누적
非경찰대 앉혀 '경찰 개혁' 기조는 유지
한국일보

제2대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이 27일 오후 수원시 경기남부청에서 열린 간담회 장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신임 본부장에 우종수(55)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내정됐다.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정순신 사태’ 뒤에도 외부 인선을 염두에 뒀던 정부가 구인난과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하자 경찰 출신을 택하되, ‘비(非)경찰대 수사통’ 발탁으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윤희근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제2대 국수본부장에 우 청장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서울 출신 우 내정자는 행정고시(38회) 특채로 1999년 경찰에 입직해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국수본 형사국장, 서울청 수사차장 등을 지낸 수사통이다. 서울청 수사부장으로 일하던 2018년에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윤 청장은 “우 내정자는 탁월한 수사 전문가로 서민 금융범죄와 건설현장 폭력 행위를 엄단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뛰어난 지휘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檢 출신 후보 '가뭄'에 내부 카드 선회?


당초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후임도 경찰 밖 인사, 특히 검사 출신을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 “후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3만 명이 넘는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핵심 자리이지만, 공무원 직제상 차관보급으로 평가된다. 가뜩이나 정 변호사 사태를 계기로 여론의 검증 잣대가 깐깐해진 상황에서 차관급 예우를 받던 검사장 출신 인사들이 굳이 급을 낮춰 국수본부장에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 달이나 걸린 인선 과정만 봐도 외부 후보군을 찾다가 실패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일보

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경찰청에서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그러들지 않은 경찰 내부 반발도 고려됐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이에 반대한 대규모 좌천 인사, 그리고 정 변호사 사태까지 거치며 경찰 안에서는 “정부가 경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에 윤 청장도 ‘내부 승진이 낫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윤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경찰대 견제’ 기조만큼은 포기하지 않았고, 절충안으로 고시 출신 우 내정자가 낙점됐다. 그가 승진 과정에서 충분한 인사 검증이 이뤄져 ‘돌발’ 변수가 불거질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일선 경찰 "檢 출신 아닌 게 어디냐" 안도


일단 현장 경찰관들은 “될 사람이 됐다”며 수긍하는 기류가 강하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우 내정자가 국수본 형사국장으로 일할 때 업무 처리가 깔끔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위급 간부는 “검사 출신을 다시 기용하지 않은 만큼 ‘이 정도면 됐다’ 하는 반응이 많다”며 “특채이긴 해도 경찰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라 조직을 추스르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환영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