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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주인 살해당한 순간 목격한 앵무새, 범인 이름 수차례 외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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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리카회색앵무새 자료 사진.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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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살해당하던 순간을 목격한 앵무새가 범인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쳐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2014년 인도에서 발생한 일로, 현지 법원은 9년이 흐른 최근에야 앵무새의 증언 효력을 인정해 범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7일(현지시각) 인디아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의 한 지방 법원은 지난 24일 아슈토시 고스와미(36)에게 무기징역과 7만2000루피(약 113만6000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아슈토시는 2014년 2월 20일 숙모인 닐람 샤르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닐람이 키우던 반려 앵무새다. 사건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닐람은 자택에서 과다출혈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 있던 현금과 보석도 사라진 상태였으며 반려견 한 마리도 공격당해 죽어있었다. 이 처참한 광경은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한 가족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닐람의 시신에는 잔혹한 자상이 무려 14군데 남아 있었고, 반려견 사체에서도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흔적이 9개나 발견됐다. 그러나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이때 닐람의 남편 비제이는 집에 있던 앵무새가 살인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앵무새가 사건 이후 유독 조용해지고 음식마저 거부했기 때문이다.

비제이는 앵무새 앞에서 자신이 아는 남성들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했다. 그러다 조카인 아슈토시의 이름을 내뱉었을 때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앵무새가 “아슈, 아슈”라는 말을 반복해 외치고 날개를 퍼덕이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앵무새가 말한 ‘아슈’는 아슈토시의 이름을 가족들이 줄여 부르는 명칭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전달받은 경찰은 탐문 조사를 통해 ‘아슈토시가 닐람의 집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을 확보했다. 이후 아슈토시와 그의 친구 로니 마세이(34)를 체포했고 현장에서 다량의 현금과 보석도 발견했다.

하지만 이어진 재판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더 이상의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없었고, 앵무새의 증언이 법률상 증거에 해당하지 않아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아슈토시가 “친구 로니와 공모해 강도 계획을 세웠으나, 피해자가 저항하는 탓에 살인까지 이어졌다”고 자백하며 사건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재판부는 “인도의 증거법상 앵무새의 증언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재판 과정 내내 앵무새의 증언이 중심에 있었고 경찰들 역시 앵무새의 역할이 컸다고 그 공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앵무새도, 닐람의 남편 비제이도 범인의 처벌을 지켜보지는 못했다. 앵무새는 사건 직후부터 식음을 전폐하더니, 닐람이 사망한 지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비제이 역시 2020년 11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닐람과 비제이의 딸은 최종 판결에서 “아버지는 아슈토시가 교수형에 처하길 원했다”며 “그가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게 온 가족이 계속 청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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