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상 1년 주기로 돌아가는 공무원 순환 근무에 따른 인사이동”이라며 “외교비서관실은 기본적으로 정책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외교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외교정책과 대통령 일정이 별개인 것처럼 말하는 대통령실 주장은 궤변이다.
이 전 비서관은 그간 윤 대통령 방일에 동행하고, 한·일 확대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지난해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친 윤 대통령이 귀국길 전용기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과 함께 가진 안보상황점검회의에 이 전 비서관이 배석한 사진도 공개된 바 있다. 임기 초부터 정부 외교정책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참모를 가장 중요한 외교이벤트라 할 수 있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이 전 비서관이 지난 1년간 격무에 시달렸다”고 했는데, 이 말을 믿으라는 건가.
이뿐 아니다. 사퇴한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후임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현지 동선을 관리해야 할 의전비서관이 여태껏 공석이라는 것도 의아스럽다. 윤 대통령 방미 일정은 누가 짜고 있고, 잇단 해외 순방 앞에 이리 오래 비워둘 자리인지 묻게 된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동선을 챙기는 부속실 내 행정관과의 알력 끝에 밀려났다는 소문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의뭉스러운 인사와 어설픈 해명이 논란을 키운 셈이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두 비서관이 교체된 경위를 국민 앞에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경질·문책이 아니다’라는 해명으로 덮으려 할수록, 곧 이어질 윤 대통령의 방미·방일이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국민적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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