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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왕들의 시계’ 위블로가 탐낸 한국시계…지분 70%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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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70%, 300억원에 사들여
기존 대표와 공동 경영 체제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위블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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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로열 패밀리들이 즐겨 착용해 ‘왕들의 시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명품 시계 브랜드 위블로(Hublot)가 한국의 시계제조 강소기업 에코시계(ECCO)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로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위블로는 에코시계의 뛰어난 세라믹 소재 제조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명품 시계 브랜드 위블로는 지난 2월 국내 중견 시계 제조업체 에코시계(ECCO)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70%를 인수했다. 거래 가격은 2380만달러(약 309억원)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명품 기업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에 소속돼 있는 위블로는 유럽의 왕가와 상류층이 애용한다고 해 ‘왕들의 시계’로 불린다.

위블로 측은 에코시계의 최대주주인 고영곤 대표의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인정해 향후 5년 간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카르도 과달루페(Ricardo Guadalupe) 위블로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지난 2월 에코시계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올라 경영에 참여한다.

위블로 측은 추후 잔여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전문성을 고려해 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지분 투자에 나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캐릭터 시계 부품사를 운영하며 시계 산업에 뛰어든 고영곤 대표가 1999년 설립한 에코시계는 IMF 직후 어려운 시장 환경을 딛고 ODM(공급자상표부착생산) 시계 업계의 대표 주자로 성장했다. ODM은 상품기획에서 개발, 생산, 품질관리와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공정을 일괄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에코시계는 주요 기업체와 관공서에서 판촉, 행사용품을 판매하고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세라믹 외장재와 부품 생산 분야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했다. 2004년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로 꼽히는 스위스 바젤 시계 박람회에 참가한 이후 기술력을 알리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2008년에는 명품 시계 소재로 인기인 세라믹 시계를 반제품 형태로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를 비롯한 스와치 산하의 스위스 업체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에코시계가 반제품 형태로 납품하면 해외 명품업체들은 자체 무브먼트(구동장치)를 장착했다.

세라믹은 최근에는 대중적으로 쓰이는 소재 중 하나로 꼽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흔하지 않은 소재였다. 고온에서 구워 만든 도자기 재질의 세라믹은 색감이 뛰어나고 인체에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없다. 또 긁혀도 흠집이 잘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명품 브랜드 샤넬 등이 내놓은 세라믹 소재 시계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다른 명품 업체들도 세라믹 소재를 앞다퉈 적용하기 시작했다. 2005년 위블로도 스틸, 세라믹, 러버 소재의 ‘빅뱅’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2004년 약 2600만달러였던 위블로의 매출은 빅뱅 론칭 3년 만인 2008년 약 3억달러까지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후에도 LVMH와 에코시계의 동행 관계는 이어졌다. 에코시계는 2014년 대통령 스위스 순방에 동행하며 위블로와 세라믹 신소재 개발협력 의향서(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라 에코시계는 10년간 5000만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물량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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