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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 최대 100만원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첫날… “간절한 마음으로 문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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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위치한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이용자가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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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하게 돈이 필요해 휴대전화 명의를 개통하면 돈을 준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신청하게 됐는데 불법 사금융이었다. 이런 상품이 일찍이 있었다면 피해를 보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있는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앞에서 만난 김모(43)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급전이 필요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명의를 넘겨주고 그 대가로 소액의 금액을 받는 이른바 ‘휴대폰깡’이라고 불리는 불법 사금융을 받게 됐다. 하지만 불법사채업자는 넘겨받은 휴대전화의 기기 할부금, 소액결제 등을 김 씨에게 떠넘긴 채 잠적해버렸다.

김씨와 같이 취약 차주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이 이날 소액생계비대출을 출시했다. 지원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다. 자금 용도는 생계비로 제한된다. 연체자와 소득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지원되며 자금 용처에 대한 증빙도 필요하지 않다.

대출금액은 최초 50만원으로 이자를 6개월 이상을 성실히 납부하면 추가 5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병원비 등 자금 용처가 증빙되면 바로 1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15.9%에서 시작되지만 6개월 성실히 상환하면 12.9%, 1년 상환 시 9.9%까지 금리가 낮아진다. 여기에 금융 교육을 이수하면 최저 연 9.4%를 적용받는다.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첫날 전국에서 1200건가량의 신청이 이뤄졌고,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한 창구당 15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이곳에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위해 5개의 전용 창구가 있었다. 5개의 창구에는 모든 고객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기 인원은 한두명 정도로 한산한 편이었다. 중간에 창구를 찾아온 사람 중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상담이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사전 예약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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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 대출 상담 및 신청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대출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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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용 서민금융진흥원 고객지원기획팀 팀장은 “예약하지 못한 사람은 당일 신청이 어렵지만, 방문하신 분에 한해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 이용 방법 등을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부터 콜센터 및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30분 간격으로 상담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음 주간의 방문 상담 일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센터를 찾는 사람은 다양한 직군을 가졌지만, 취약 차주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날 상담을 직접 진행한 이혜림 서민금융진흥원 대리는 “직장인, 일용직, 프리랜서 등 많은 직군의 이용자들이 방문했는데, 대부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렵거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해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소액생계비대출 진행과 함께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조정, 신용회복, 취업연계 등 종합적인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첫날인 오늘 전국에 1200건 정도 신청이 있었는데 90% 정도 신청이 이뤄졌다”며 “오시는 분들은 연체자인 경우도 있고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렵거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해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대체로 당일 대출이라는 점에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소액인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영업을 운영하는 강씨(52)는 “당일 대출로 급전을 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도 “이것저것 나갈 곳이 많아 50만원이면 금방 사라지는 돈이다”라고 말했다. 고금리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이날 생활비가 급해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러 온 이씨(32)는 “최근 고금리로 생계가 어려워 50만원을 받으러 왔다”며 “대출금리가 16%대에 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소액생계비대출은 일반 대출이 아니라 국민행복기금과 시중은행이 절반씩 내준 기부금 1000억원을 바탕으로 운용하는 특수적 성격을 가진 대출이다”라며 “연체 이력이 있고 무직인 취약자주는 법정최고금리(20%) 이상의 살인적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데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것을 최소한이라도 막고자 출시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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