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SM 최대주주 등극한 카카오…이수만과 불편한 동거는 계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를 쥐기 위한 카카오의 오랜 여정이 일단락됐다. SM 창업자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SM 3.0’은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분을 남겨 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의 불편한 동거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 SM 공개매수 흥행…목표 수량 두 배 넘어



중앙일보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사진 각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한 SM 공개매수 경쟁률이 2.27대 1로 최종 집계됐다. 목표 수량의 두 배 넘는 주식이 몰린 것이다. 앞서 카카오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SM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공개 매수했다.

SM 인수 경쟁자였던 하이브와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컴투스도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했다. 하이브는 보유 중인 SM 주식 375만7237주 전량을 약 5635억8555만원에, 컴투스는 보유 주식 99만1902주 전량을 약 1487억8530만원에 처분하겠다고 24일 공시했다. 예고대로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하게 되면 하이브는 약 1000억 원대, 컴투스는 약 800억 원대의 투자수익을 실현하게 된다.

다만 공개매수 참여 물량이 목표치를 넘어선 만큼 전량 처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측은 “잔여 SM 지분의 처분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컴투스 측은 “잔여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이날 SM 주가는 15.02%(1만6100원) 하락한 9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 SM 업고 글로벌 K팝 시장 도전



중앙일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한 스타쉽에서 탄생한 6인조 걸그룹 아이브.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 인수에 쏟아부은 자금은 1조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번 공개 매수 ‘흥행’ 성공에 따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각각 SM 지분 20.78%와 19.13%를 보유한다. 카카오 그룹이 보유한 SM 지분은 총 39.91%가 된다.

카카오가 SM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제안한 후보들이 이사회에 무난하게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SM 현 경영진 측은 차기 사내이사 후보로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지원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장을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문정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민경환 블로코어(Blocore) 파트너, 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총 6인을 선정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는 SM 지배구조 개선의 물꼬를 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카카오 측 인사인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이다.

이번 주주 총회의 또 다른 주요 안건은 카카오와 SM이 함께 선보일 ‘SM 3.0’ 청사진이다. SM은 앞으로 최소 네 팀의 신인 그룹을 데뷔시키고, 연간 40개 이상의 앨범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앞서 밝혔다. 업계는 기존 SM 아티스트들의 정체성이나, 사업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그동안 미디어 사업 부문에서 콘텐트 제작사와 기획사를 지원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추구해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각 사의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하고 고유의 창의적인 영역을 존중하는 협업 관계를 유지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며 “이는 본사와 계열사뿐 아니라 더 나아가 K엔터 시장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엔터는 지난 2013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인수 후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했다. 특히 데뷔 1년여 만에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 대상을 동시에 꿰찬 6인조 걸그룹 아이브는 스타쉽의 음악적 역량과 더불어 카카오엔터의 지원이 합쳐진 결과로 평가된다. 2021년 카카오엔터와 한솥밥을 먹게 된 안테나도 음악적 색깔은 유지하되, 카카오엔터와 손을 잡고 유튜브 예능을 선보이는 등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SM·이수만 불편한 동거, 지분 3.65%는 어디로



중앙일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최종 승리에도 이수만 전 총괄과의 불편한 동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SM 현 경영진과 날을 세웠던 이 전 총괄은 카카오 공개 매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하이브에 SM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넘기고 남은 3.6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 총괄 측은 27일 “카카오의 SM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하이브에 주식을 매도할 때에도 자신의 주식에 대한 별도의 프리미엄 없이 소액주주들에게 적용될 공개매수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매도가격을 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수만은 이번 주주총회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검사인 선임을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은 정기주주총회 관련 별지 목록 기재사항 등을 조사해야 한다며 지난 24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SM은 보수 660만원을 부담해 검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SM에 대한 이수만 전 총괄의 주주 행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이 전 총괄 측은 향후 행보와 지분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